건물에서 떨어진 10대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에 내린 보조금 중단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을 설립·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환자가 외상성 뇌손상이 의심되기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신경외과 및 정형외과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추천하거나 신경외과 이외의 다른 과목에 대한 진료는 가능하다고 답했을 뿐,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사실이 없다"는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오히려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자를 직접 대면한 뒤 적절한 조치 등을 취한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하지 않은 채 필요한 진료과목을 결정한 다음 수용을 거부했다"며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게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응급실에 시설 및 인력의 여력이 있었음에도 응급환자 수용을 거듭 거절해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까지 발생하는 등 응급의료 거부·기피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복지부의 6개월분 보조금 중단이 재량권을 벗어났다는 병원 주장에 대해서도 "시정명령 이행 기간 응급의료법에 따른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일 뿐 병원 운영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지난해 3월 대구에서 당시 17세인 A 양이 4층 건물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119구급대는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대구파티마병원으로 A 양을 데려갔으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중증도 분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 이송을 권유했고, 두 번째로 찾은 경북대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환자를 대면하지도 않은 채 권역외상센터에 먼저 확인하라고 권유했습니다.
구급대원은 이어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로 전화했으나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다른 병원들도 연이어 수용을 거절하자 구급대는 다시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전화했으나 같은 이유로 재차 거부당했습니다.
A 양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이후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옮겨져 처치 받았으나 결국 숨졌습니다.
이후 복지부는 조사에 나섰고,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에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를 이유로 시정명령과 6개월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습니다.
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중증도 분류 의무도 위반해 과징금이 추가됐습니다.
이에 선목학원은 시정명령과 보조금 중단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