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국에서 판매 중인 비만환자용 의약품 위고비
키와 몸무게를 묻지도 않고 심지어 용량을 늘려주겠다는 제안도 하는 등 출시 한 달을 넘긴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처방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5일 국내 출시된 위고비에 대한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가 연구·개발한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입니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주로 과체중·비만 환자의 체중 관리 혹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사용됩니다.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살 빼는 약'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사용해 '머스크 다이어트약'으로도 유명합니다.
국내 출시 이후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위고비를 사용하며 체중을 얼마나 감량했는지 기록하는 '위고비 브이로그', '위고비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의사가 직접 찍은 체험기도 있습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결혼식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이 모(29) 씨는 "위고비 사용 후 처음 이틀은 먹기만 하면 체했다"며 "몸이 튼튼한 편인데도 위고비(주사)를 맞은 뒤 눈앞이 흐려지면서 쓰러질 뻔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사용을 중지했다"고 했습니다.
위고비는 오남용 시 구토, 변비, 설사, 복부 팽만감이나 흡인성 폐렴, 췌장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려가 확산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위고비 처방 시 충분한 진료 등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각 병원에 발송했습니다.
대한비만학회와 대한의사협회도 위고비 오남용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경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사실상 비대면 진료가 아니라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는 상황으로, 이는 비대면 진료의 진정한 취지와 맞지 않다"며 "비만 약물치료를 일부만이라도 급여화해 정부가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