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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이 사라져서 아쉬워, 하지만"…드라마 정년이가 버리고 선택한 것들 [스프]

[취향저격] 시즌 2 <정년이>의 가능성, 정년이의 성장을 더 보고픈 이유 (글 : 장은진 대중문화평론가)

정년이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정년이웹툰을 드라마화한 <정년이> 열기가 뜨겁다. 오랜만에 등장한 탄탄하고 밀도 있는 서사와 배우들이 원작을 넘어 재해석한 캐릭터, 여성국극이라는 콘텐츠가 60년이 지난 OTT 시대에 다시 조명받는 것이다. 닐슨코리아 제공 시청률은 4%에서 출발해 10화에서 14%까지 상승했고 출연 배우들이 보여주는 화제성 지수 CPI나 체감 지수는 연일 1위에 차지하고 있는 <정년이>와 주인공 김태리의 연기를 논하고 있으니 하반기 방송된 드라마 중 그 열기가 가장 뜨겁다고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벌써 시즌2 제작 요청을 하기도 하고 <정년이>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반응도 많다. <미스터 선샤인> 이후 tvN이 내놓은 최고의 시대작이라는 평가와 드라마 주 시청 타깃인 2040 여성을 넘어 드라마에 등 돌린 중년의 남성 시청자들, 웹툰 정보에 민감한 10대부터 향수와 복고라는 소재 덕분에 열혈 시청자로 돌아온 50대 이후의 콘텐츠 소비층까지 사로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년이
인기작이었던 웹툰을 드라마화한다는 것은 인지도 면에서 초기진입 장벽이 낮춰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 역시 작가의 역할인 드라마 구성과 짜임새, 캐릭터의 매력도, 배우들의 연기,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 연출의 역할이 조화롭게 진행될 때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한다는 점에서 <정년이>는 주목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창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웹툰 <정년이>에 등장했지만, 드라마에서 사라진 몇몇 캐릭터와 설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콘텐츠가 장르가 바뀌며 그것을 담는 그릇이 달라질 때 내용물의 모양도 변화하게 된다. 정년이는 그것만 놓고 보자면 성공적이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웹툰을 드라마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캐릭터의 집중과 몰입이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도 웹툰 원작에서 비중이 큰 캐릭터로 등장했던 진기한 변호사가 사라졌고 웹툰 마니아들은 영화를 본 뒤 김자홍의 환생을 돕는 조력자이자 주인공인 국선변호사 진기한의 진중하면서도 예리한 캐릭터가 없어진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대신 진기한은 캐릭터는 세 명의 차사인 강림, 해원맥에게 흡수되어 웹툰 속 양축이었던 자홍-진기한 vs 저승차사 3명의 구도를 자홍 vs 저승차사들의 인과 연의 스토리로 압축시켰다.
정년이영화는 드라마와 또 다른 120분의 초절정 압축의 영상물이다 보니 등장인물이 많을수록 서사가 복잡해지고 주인공들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에게 과도한 피로감이 몰려올 수 있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은 최대한 밀도 있게 압축해서 그들의 관계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서사의 전략이 필요하다. <신과 함께>는 진기한을 소멸시키는 전략을 선택했고 영화 개봉 전후로 이에 대한 불만도 영화를 본 뒤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진기한이 없어진 것은 아쉬웠지만 해원맥의 활약과 웹툰 이승 편의 강렬한 캐릭터였던 성주신 마동석이 <신과 함께 2 - 인과 연>에 등장해 원작 웹툰과의 매칭률에 대한 기대감을 채워준 것이다. 

드라마 <정년이>도 마찬가지로 정년이가 매란국극단에서 만나 중요한 관계를 형성하는 부용이라는 캐릭터를 없앴다. 부용이는 목포에서 자라 천둥벌거숭이 같던 정년이와는 다르게 부잣집 딸이란 배경에 중간에 국극을 그만두고 집안에서 정해준 정략결혼을 하며 국극단을 떠나는 캐릭터로 원작 웹툰에서 정년이와 묘한 동성애적 뉘앙스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부용의 캐릭터는 드라마 속에서 부잣집 딸 영서와 정년이와 단짝이 된 주란이에게 흡수되어 표현되고 있다. 드라마는 부용뿐 아니라 선배 백도앵의 느낌도 좀 더 중성적으로 바뀌었고 정년이에게 중요한 역할인 문옥경 역할도 정년이를 직접 목포 시장에서 발견해 국극단에 데리고 오는 정신적 멘토에 가깝게 변화시켰다. 이런 웹툰 원작과의 차이점은 드라마 버전의 <정년이>를 보는데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변화로 받아들이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 정년이 마니아들에게는 사라진 캐릭터를 여전히 떠올리게 된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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