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1편에서는 독일이 발효한 '성별 자기결정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성별을 본인의 선택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되면서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인터섹스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물론 이 법안은 찬성과 반대의 강한 논쟁 속에서 통과되었고,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를테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성별 결정의 자유가 범죄를 증가시킬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2편에서는 성별 자기결정권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보고, 트랜스젠더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차별의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어 보려 합니다. 독일의 변화가 던진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성별결정권을 보장해 주면 범죄가 늘어날까?
연구진은 2017년과 2018년 미국의 범죄 피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의 폭력범죄 피해율을 분석해 봤습니다. 분석해 보니 트랜스젠더는 시스젠더에 비해 폭력범죄 노출 가능성이 무려 4배나 높았죠. 트랜스젠더의 1,000명당 범죄 피해 건수는 86.2인 반면 시스젠더는 21.7에 불과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중에서도 트랜스젠더 남성의 범죄 피해 건수가 107.5건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시스젠더 남성(19.8)과는 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는 도리어 범죄 피해를 더 많이 보는 피해자라는 거죠.
하지만 여전히 우려할 지점은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트랜스젠더들을 위한 성중립 화장실에서 성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은 해결된 게 아니니까 말이죠. 앞서 살펴봤듯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보다 더 범죄 피해를 보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에는 성폭력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하는 건데요. 실제로 그런지 이것도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연구도 마찬가지로 UCLA 법학대학원의 연구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성중립 화장실과 범죄율의 연관성을 분석해 봤는데 그 대상 지역은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입니다. 매사추세츠 주에는 성중립 화장실을 조례로 의무화한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가 함께 존재하는데요. 성정체성 공공 편의시설 차별금지 조례, 이른바 GIPANDO(Gender Identity Public Accommodations NonDiscrimination Ordinances)가 보스턴에는 적용되었고 베벌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진들은 각 지자체별로 차별금지 조례가 도입된 전과 후의 범죄율을 비교해 봤습니다.
결과는 위 그래프와 같습니다. X축은 공중 화장실, 공중 탈의실 등에서 발생한 월평균 범죄 발생률입니다. 그중에서도 하늘색으로 표시된 건 차별금지 조례가 존재하는 지차제의 범죄 발생률 변화이고요. 그 주변의 영역은 신뢰구간(90%)을 의미합니다. 분홍색으로 표시된 건 차별금지 조례가 제한적으로 있는 지자체의 범죄 발생률인데,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면 조례와 범죄 사건의 수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즉, 성중립 화장실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범죄율이 늘어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구진들은 또한 성중립 화장실이나 탈의실에서 발생하는 강력 범죄율이 전체 강력 범죄율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1년에 200건 이상 성별 정정 요구하고 있지만...
지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는 국내에서 국가기관이 실시한 최초의 트랜스젠더 인권 실태조사입니다. 총 591명의 트랜스젠더가 참여했는데 이 중 성별정정을 완료한 사람은 단 47명, 8.0%에 불과했습니다. 성별을 바꾸지 못한 사람들 중 40.0%가 법적 성별 정정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하지 못했다고 답변했고요.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 이후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성별 정정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요건이 너무 복잡하고 엄격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