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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감독하고도 몰랐다…'부적합 자재' 못 걸러낸 LH

<앵커>

그런데, 그동안 문제가 생길 때마다 품질 관리를 강화하겠다 했던 LH는 이런 사실을 현장의 제보가 있기 전까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외부 감리가 아니라, LH가 직접 감독을 했던 곳에서도 이 거울들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백운 기자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기자>

LH와 아파트 건설을 계약한 건설사는 대개 욕실, 주방 등 일부 시공을 하도급사에 맡깁니다.

하도급사들은 필요한 자재를 여러 납품 업체로부터 받아 시공합니다.

이번에 부적합 자재가 대규모로 시공됐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나게 된 것은 현장에서 들어온 한 익명 제보 때문이었습니다.

가구·인테리어 업계 선두 A 사가 거울을 시공한 아파트들이었습니다.

제보를 받은 LH가 거울 뒷면을 뜯어보니 사실이었습니다.

그제야 심각성을 파악한 LH는 최근 5년간 준공된 공공임대 아파트 전수조사에 나섰는데 KS 인증이 없는 부적합 자재를 쓴 하도급사는 모두 4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시공 하도급사 관계자 : 공사를 할 때도 그걸 확인을 다 일일이 다 하긴 해야 되는데 그걸 저희도 미스(누락) 한 거죠.]

LH는 관리 미흡을 인정하면서도, 하도급사들이 자재를 직접 선정해 시공하는 이른바 '신고 품목'의 경우 업체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문제가 된 업체들 모두 시공 전 품질 검증 단계에서는 정상 시험성적서와 KS 인증 마크가 있는 견본품을 LH에 제출해 검증을 통과했다는 겁니다.

[LH 관계자 : (LH 입장에서는 속았다는 건가요?) 그렇게 저희도….]

[LH 관계자 : (건설사들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곳이 많습니다. 서류를 본인들도 그렇게 알고 받아서 설치되는 줄 알았다고.]

LH는 지난해 철근 누락 사태와 전관 특혜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어 품질관리 전담 부서까지 신설했는데 또 허점이 드러난 겁니다.

게다가, 이번에 문제가 된 단지 중에는 LH가 직접 감리를 맡은 곳도 있었습니다.

현장 검증보다 서류 중심으로 품질 검증이 이뤄지다 보니, 실제 시공 단계에서 인증도 받지 않은 자재를 써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 구조입니다.

거울 말고도 신고 품목 대상이라면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LH 관계자 : 이윤적인 걸로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굳이 이게 KS 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중국산이라든지 이렇게 들어오면서 그런 것들이 많다 보니까, 가격입니다.]

하도급을 맡은 A 사는 검수 과정에서 부적합 자재를 걸러내지 못한 것일 뿐, 고의는 아니었다면서 입주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LH는 계약 위반으로 판단하고 4개 하도급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아파트 시공 전반에 책임이 있는 건설사와 감리사에 대해서도 앞으로 입찰에서 제재하는 등 현장 품질 관리가 더 철저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이소영, 디자인 : 박초롱·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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