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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빌리는 사람들…현대판 '장발장' 급증

<앵커>

배가 고파 먹을 것 등을 훔쳤다가 벌금을 못 내 교도소에 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 은행이라는 곳이 있는데, 최근 이곳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동균 기자입니다.

<기자>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60대 A 씨는 지난해 절도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마트에서 초밥과 김 등 2만 원어치를 훔치다 걸렸기 때문입니다.

[A 씨 : 그동안 못 먹던 거를 한 번 집었어요. 내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법원이 A 씨에게는 부과한 벌금은 40만 원.

허리와 목 디스크 등으로 몸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A 씨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B 씨도 5천 원어치 음료를 훔치다 적발됐습니다.

생필품 절도 전과가 있던 B 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B 씨 : 일주일 열흘 굶는 거는 이제 뭐 다반사가 되니까. 고픈 정도가 아니에요. 그냥 기운이 없고 정신이 나간 상태예요.]

벌금 낼 형편이 못됐던 A 씨와 B 씨는 장발장은행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서류 심사를 거쳐 벌금을 대출받아 교도소에 갈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대출금은 다달이 몇만 원씩 갚고 있습니다.

이들처럼 벌금형을 선고받고 장발장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는 극빈층이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은 올 들어 8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신청자 660여 명을 이미 넘었고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조용철/인권연대 장발장은행 연구원 : 코로나 이후에 경제가 많이 침체되다 보니까 이런 1만 원 이하의 생계형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경기 부진에 고물가가 겹치면서 최근 5년간 소액 절도 사건은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생계형 범죄는 엄벌만으로 재범을 막기 어려운 만큼 직업 훈련 이수 등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양두원,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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