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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 하루 200톤 냉각 계통 '습격'…이 생물의 정체

원전에 하루 200톤 냉각 계통 '습격'…이 생물의 정체
▲ 신한울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여름철 독성 해파리가 급증해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운데 주로 동해안에 집중된 원자력발전소도 많게는 하루 수백t씩 원전 설비로 들어오는 해파리 떼로 인해 비상 대응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파리 떼가 냉각수로 쓰이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구멍인 취수구를 막아버리면 원전을 식히는 냉각 기능이 마비돼 최악의 경우 전력 생산이 중단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1일) 한국수력원자력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여름 동해 일대 원전 취수구에 해파리 유입이 급증해 각 원전 본부가 비상 대응 중입니다.

경북 경주 새울 3호기에서는 지난 7월 29일 갑작스러운 해파리 대량 유입으로 취수구의 거름망이 손상돼 여러 개의 부품을 긴급 교체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원전은 취수구를 통해 들여온 찬 바닷물로 '1차 계통'인 원자로에서 생산된 고압·고온 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2차 계통'을 식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냉각수가 들어오는 입구인 취수구가 해파리 같은 이물질로 막히면 이런 냉각 기능이 장시간 마비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원전 전체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핵분열을 통해 생긴 열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드는 '1차 계통'의 가동까지 순차적으로 중단되면서 원전의 전력 생산을 포함한 전체 운영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가깝게는 지난 2021년 대형 플랑크톤의 한 종류인 살파의 대량 유입으로 취수구의 거름망이 고장 나면서 냉각수 공급이 어려워진 경북 울진 한울 1·2호기가 발전 정지한 사례가 있습니다.

경포해수욕장에 출현한 해파리 (사진=연합뉴스)

역시 울진에 있는 최신 한국형 원전인 신한울 1·2호기도 해파리 유입이 증가해 지난 7월 비상 대응체계를 기존의 'C' 단계에서 'B' 단계까지 상향 조정해 대응했습니다.

지난 7월 25일 작성된 신한울 발전소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17일 하루에만 202t의 해파리가 취수조에서 발견되는 등 7월 17∼20일 나흘간 428t의 해파리가 들어왔습니다.

유입된 해파리의 70%는 최근 동해에서 급증한 노무라입깃 해파리였습니다.

신한울 1호기에서도 새울 원전과 마찬가지로 거름망 부품이 여러 차례 파손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다른 원전 본부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부산 고리원자력본부는 "해수온 상승으로 취수구에 해파리 등의 유입 증가 시 발전 설비의 안정적 운영에 큰 위험 요소가 예상된다"며 8∼9월 외주 업체와 계약을 맺고 24시간 추가 인력을 투입 중입니다.

일부 원전은 발전소 인근 해역에서 어선을 동원해 취수구에 닿기 전 원거리에서 해파리를 미리 제거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기술적 문제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경주 월성원자력본부는 사전 협약에 따라 인근 어촌계에 쌍끌이 그물로 해파리를 제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어촌계 측은 보유 어선의 동력이 부족해 무거운 해파리를 제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난화로 인해 동해에 해파리 같은 해양생물이 계속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향후 이 문제가 연중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철 전력 수급에 새 도전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관찰되는 노무라입깃 해파리 개체수는 수산과학원이 관찰을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올여름 노무라입깃 해파리 주의보가 내려진 곳은 제주, 전남, 경남, 부산, 울산, 강원 해역으로, 제주를 제외하면 주요 원전이 위치한 곳과 일치합니다.

김한규 의원은 "원전 운영의 최우선 가치가 안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해파리 제거에 투입될 수 있는 사전 선박 자원 확보, 취수구 안팎 다층적 여과망 보강 등 근본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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