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발단은 군납 비리"

<앵커>

23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도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공장의 안전관리가 부실했다는 점과 함께, 군납 과정에서 품질검사를 조작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업체 대표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최승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6월, 23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 화성의 배터리 공장 아리셀 화재.

두 달여에 걸친 수사 결과, 아리셀의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습니다.

발단은 군납 비리였습니다.

아리셀은 2021년 1차 전지 군납을 시작하면서부터 품질검사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방규격에 맞추기 위해 품질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만들어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품질검사를 통과한 뒤 2년여에 걸쳐 47억 원 상당의 전지를 군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4월 조작 사실이 탄로 나 배터리를 다시 만들어야 할 상황이 되자 하루 목표 생산량을 5천 개로 두 배 늘려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를 위해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 53명을 불법 파견받았고, 이들에게는 비상구 위치 등 기본적인 안전 교육도 없었다고 수사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일부 직원들이 대피한 비상구입니다.

울타리와 에어컨 실외기에 둘러싸여 있는데 출입증이 없는 직원들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폭발 당시 일부 직원은 대피했지만, 희생자들에게는 대피 안내가 없었고, 결국, 탈출 시도도 못 해보고 숨진 걸로 드러났습니다.

[김종민/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 : 최초 폭발 이후 대피를 위한 37초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출입구의 반대편에 고립된 채 사망하였습니다.]

수사 당국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총괄본부장, 안전 담당자 등 아리셀 관계자와 인력 공급업체 책임자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윤태호,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