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8년 스프링필드 인종폭동 추모비 건립 서명하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고향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116년 전 발생한 흑인 대상 집단폭력 사태를 기억하는 설치물을 건립하기로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백악관에서 민권운동 지도자들과 연방 의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1908년 '스프링필드 인종폭동'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설치물을 폭동 현장에 건립하는 내용의 선언서에 서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100여 년 전 링컨의 생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폭도들이 인종 폭동을 일으켜 말 그대로 미국의 양심에 충격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계속 기억하게 하지 않는 한, 피난처는 없다는 점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스프링필드 인종 폭동은 1908년 8월 14일 백인 주민들이 스프링필드의 한 교도소 앞에서 살인과 성폭행(훗날 무죄로 입증) 혐의로 수감된 흑인 2명을 넘길 것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분노를 현지의 흑인 공동체 전체에 대한 보복으로 표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총 사흘간 진행된 폭동에서 백인들은 링컨의 구두 수선공이었던 한 흑인 남성을 비롯, 흑인 주민들을 고문하고 살해했으며 흑인들의 상점에 불을 질렀습니다.
흑인 9명을 포함해 10여 명이 사망한 이 사태는 그 이듬해 미국 최대의 흑인 민권 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설립으로 연결됐습니다.
AP통신은 한 세기 전의 흑인 대상 폭력 사태를 재조명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은 재선 포기 결정에 따라 내년 1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인종간 평등과 관련한 자신의 재임 중 성취를 공고히 하려는 행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11월 대선에 나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흑인표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대통령 후보)을 도와주려 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종간 불화의 씨앗을 뿌리는 동시에, 백인 우월주의에 맞서지 않는다고 비판해왔습니다.
(사진=UPI,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