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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사①] 전기 만들어도 보낼 방법이 없다…'개점 휴업' 발전소

<앵커>

AI 산업이 발전하고 데이터 센터도 많아지면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죠. 그런데 지난 10여 년 동안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 시설 확충이 계속 미뤄져서 전기를 만들어도, 필요한 곳으로 보낼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이틀에 걸쳐 이 문제를 점검해 볼 예정인데 오늘(11일)은 먼저 송전 선로가 부족해서 현장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화강윤 기자가 현장탐사 해 봤습니다.

<기자>

전북 남원의 한 야산.

축구장 2개 크기의 부지가 터만 닦아놓은 채 방치돼 있습니다.

이 부지에는 1MW, 그러니까 400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지금은 공사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입니다.

[전북 남원 태양광사업자 : (전력)계통이 될 거라고 (한전이) 얘기를 했었는데 부지 개발 행위(허가)를 끝내놓으니까 (여유 선로가) 없다고. 2030년이 넘어가야 된다고….]

한전의 송배전 선로가 이미 포화 상태라 전기를 생산해도 보낼 수 없다는 겁니다.

전국 곳곳, 태양광 발전소 부지마다 아우성이 터져 나옵니다.

[이완무/경북 김천 태양광사업자 : 저 같은 경우도 (허가)해놓고 2년 기다렸지만 앞으로 한 5년 더 기다려야 된다고….]

송전 선로 부족으로 마냥 기다리고 있는 태양광 발전소의 발전 용량은 지난 5월 기준 10.9GW로 원전 11기 규모에 맞먹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소들도 한전으로부터 가동을 중지당하기 일쑤입니다.

부족한 선로에 과부하가 걸려 정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유길/전남 영광 태양광사업자 : 피크타임 때 (출력 제한) 그거 몇 번에 의해서 송출이 딱 떨어지다 보니까 굉장한 손해를 입었죠.]

태양광 발전소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재작년 문을 연 강릉의 한 화력발전소도 개점 휴업상태입니다.

지난 4월 신한울 원전이 가동을 시작한 뒤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동해안 송전 선로가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한전이 화력발전소 전기 생산을 멈춰 세운 겁니다.

잔뜩 쌓아놓은 석탄에 불이라도 날까 노심초사입니다.

[양은모/강릉 에코파워 운영관리팀장 : (석탄) 재고를 또 많이 갖고 있자니 자연 발화가 우려되는 거고. 계속 발전소는 못 돌아가고. 중앙급전 발전기이기 때문에 (전력거래소가) 지시를 내리면 또 발전을 해야 되는 형태….]

이런 사태는 진작에 예견돼 왔습니다.

우리나라 전기는 대규모 발전지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권에서 40%가량이 소비되는 구조입니다.

수요 증가에 맞춰 발전시설은 확대해 왔지만,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 시설 확충은 더디기만 했습니다.

한국전력은 지난 2018년, 향후 5년간 6천504km의 송전선로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실제 건설된 선로는 계획의 25% 수준인 1천641km에 불과합니다.

송전 선로 확충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산업 피해는 물론이고, 전력 수급 전반에 큰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장길수/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 우리가 전기를 쓰고 싶어도 전기를 쓸 수 없는, 저쪽에서 생산된 전기는 남아 있는데 실제 소비지에서는 전기를 쓸 수 없는 상황까지도 될 수 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이소영, VJ : 김준호, 디자인 :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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