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등 각국의 비밀 문건을 폭로했던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14년 만에 도피와 수감생활을 끝내게 됐습니다. 어산지는 미국 검찰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령인 사이판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한 뒤 모국인 호주로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 남승모 특파원입니다.
<기자>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오늘(26일) 오전 미국령 사이판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지난 2010년 전쟁 범죄 등을 담은 미국 기밀문건을 폭로한 지 14년 만입니다.
올해 52살로 최고 170년형이 가능한 미국 간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산지는, 2019년 영국경찰에 체포된 뒤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해 법적다툼을 벌여왔습니다.
어산지는 미 검찰과 유죄 인정을 조건으로 재판을 끝내기로 합의했습니다.
[스텔라 어산지/줄리안 어산지 부인 : 미국 정부가 취했어야 할 올바른 조치는 기소를 완전히 취하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밀 문건 공개를 유죄로 인정하는 건) 분명히 언론인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우려입니다.]
5년형이 선고될 예정인데 영국에서 복역한 5년을 인정받아 재판이 끝난 뒤 바로 풀려날 걸로 보입니다.
어산지는 미군이 공개하지 않았던 이라크전 민간인 피해를 폭로하는가 하면, 아프간전 관련 미군 비밀 작전 문건 등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줄리언 어산지/위키리크스 설립자 (지난 2010년) : 영국 내 공익 변호사들과 함께 이라크에서 발생한 40건의 불법적인 살인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어산지의 법정 출두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관련 언급은 피했습니다.
[매슈 밀러/미 국무부 대변인 :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어산지가)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 사건이 연방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산지의 모국인 호주와 인권 단체들의 잇단 탄원 속에, 이번 유죄인정 협상을 통한 석방으로 미국도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은하, 영상편집 : 이승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