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10일)은 전기차 소식이네요. 미국에서 팔리는 전기차 가운데 10대 중 1대 이상이 한국 전기차로 집계됐다고요?
<기자>
올해 들어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의 점유율이 11.2%까지 올라온 걸로 집계됐습니다.
4만 8천800여 대가 팔렸습니다. 역대 같은 기간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팔린 겁니다.
대수로 지난해보다 65%나 늘었습니다. 점유율로도 역대 최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차들이 미국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지난해 우리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아이오닉5와 EV6 같은 차들이 미국에서도 잘 팔립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잘 안 팔리는 크고 비싼 신차도 미국에서는 잘 팔립니다.
지난해 출시된 기아의 EV9 한국에서는 보조금 적용 전의 기준으로 옵션 포함 가격이 1억 원 안팎까지 나와서 너무 비싸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EV9은 지금까지 국내 판매보다 해외 수출이 4배 넘게 더 많은데요.
그중에 40% 이상이 미국에서 판매된 겁니다.
가격대도 한국과 비슷합니다.
기본 사양은 우리 돈으로 7천만 원 후반대로 시작해서 최상위 트림에 모든 옵션을 다 넣었을 경우에는 7만 5천 달러 우리 돈 1억 원이 좀 넘어갑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금 미국 정부가 주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대폭 할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렌트용 차, 리스용 차에는 보조금이 나올 수 있다는, 미국에서 만든 차가 아니어도 리스용 차에는 보조금을 줄 수 있다는 틈새 규정을 활용해서 리스용 차량의 판매를 공격적으로 늘려 왔습니다.
그러면서 싼 차는 결코 아니고 부가가치가 높은 전기차, SUV 라인 중에서도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내실 있는 차라는 이미지를 미국에선 갖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차들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서 2위를 차지하고 있죠.
<기자>
차이가 워낙 많이 나는 2위이기는 합니다.
비교대상이라고 하기도 좀 뭣하긴지만, 그래도 그 격차를 조금씩 줄여 가고 있습니다.
매년 5월까지의 기준으로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내 점유율이 2년 전 66.1%, 60% 중반대에서 이제 50% 초반대까지 떨어진 반면에, 현대차와 기아는 보시는 것처럼 조금씩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에 걸쳐서 테슬라와의 점유율 격차를 33% 포인트나 좁혀왔습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그래서 현대차와 기아가 해외 시장 중에서도 중국산 첨단제품들을 배제하고자 하는 미국 시장에서 이렇게 선전하고 있는 게 좀 더 의미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를 많이 판매한 기업 다섯 곳 중에 세 곳이 중국이었고, 현대차와 기아는 합쳐서 7위 수준이었습니다.
일단 중국 내수 시장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6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 큽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 차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이나 중동 같은 지역에서는 중국차가 잘 팔립니다.
올해 유럽에서 팔리는 전기차의 4분의 1은 중국 차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그래서 EU도 이제는 중국산 전기차들이 이렇게까지 싸게 나올 수 있는 건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를 붙이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응하려고 하고 있지만요.
어쨌든 아직 저가 중국산 자동차들이 침투하지 못한 미국 시장에서 비교적 고급 라인의 가성비 좋은 차들로 한국 차들이 점유율을 다져놓는 게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더 잘됐으면 좋겠는데요. 최근에는 미국도 그렇고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좀 주춤한 상태잖아요.
<기자>
이게 문제입니다. 이른바 '전기차 캐즘' 최근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첨단 제품에 빠르게 반응하는 이른바 얼리어답터들은 다 샀고, 보통 사람들은 아직은 전기차로 넘어가길 주저하는 상태라는 겁니다.
그런데 북유럽처럼 이제는 기름 넣는 차보다 전기차가 훨씬 더 많아진 지역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 미국처럼 한국 전기차의 주요 시장인 곳들이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에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전기차와 기름 넣는 차가 똑같은 성능과 가격이더라도 전기차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20%에 그쳤다고 어제 로이터통신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처럼 공격적인 보조금 마케팅을 계속하기가 부담스러운 환경이라는 겁니다.
현대차는 그래서 올해 10월부터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에서 전기차 공장을 가동합니다.
반도체처럼 생산 기반과 일자리의 기회를 아예 미국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점도 우리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부담인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