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식재료로 꼽히는 푸아그라(Foie Gras) 수입 금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나라가 있습니다.
영국 스티브 리드 노동당 예비내각 환경장관은 집권하면 푸아그라의 상업적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에선 이미 푸아그라 생산이 금지되어 있어 수입까지 금지되면 사실상 영국에서는 푸아그라를 먹을 수 없게 됩니다.
무슨 상황인데?
현재 영국은 푸아그라 생산을 금지하고 있지만, 매년 200톤의 푸아그라 제품을 다른 유럽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영국인들이 푸아그라 요리를 먹고 있는 셈이지요.
푸아그라는 살찐 거위나 오리 간을 재료로 한 고급 식재료로 프랑스가 주 생산지입니다. 한국에서도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는 푸아그라 메뉴가 있고, 수입 푸아그라 가공식품들도 시중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푸아(foie)'는 프랑스어로 '간'을 의미하고, '그라(gras)'는 '지방'을 뜻합니다. '푸아그라(foie gras)'는 말 그대로 "지방간'이네요. 푸아그라는 부드럽고 느끼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지방과 단백질, 비타민 A가 많은 고칼로리식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프랑스와 벨기에, 스페인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푸아그라 생산과 판매를 1990년대부터 금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몇몇 주와 호주, 이스라엘, 튀르키예, 인도 등에서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푸아그라의 생산 과정이 잔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죠. '가바주(Gavage)'로 불리는 푸아그라 생산 과정은, 어린 거위를 가두고 억지로 사료를 먹여 살을 찌우는 것입니다.
푸아그라를 처음 즐겼던 고대 이집트인들도 가금류에 먹이를 많이 먹여 살찌우는 방식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푸아그라를 대량 생산하는 현대의 '가바주'는 거의 식고문 수준입니다. 거위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우리에 가두고 목만 밖으로 꺼내 놓은 뒤, 입에 튜브를 연결해 옥수수나 콩 같은 사료를 거위 입에 강제로 퍼붓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금속관을 거위의 위까지 쑤셔넣고 매일 1.5킬로그램의 곡물을 밀어넣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거위의 내장과 얼굴, 목에 상처가 생기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이렇게 잔혹한 과정을 거쳐 거위 간이 보통 간의 10배 정도로 비대해지고 지방간이 되면 도축해 꺼냅니다.
한 걸음 더
푸아그라가 동물 학대라는 비난이 제기되자, 거위를 방목하며 푸아그라를 생산하는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사진 :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