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고 많은 채소 중에 가장 친근하면서도 특별한 요소가 없는 평범한 채소를 고르라면 상추가 떠오른다. 상추는 언제나 곁들여지는 존재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없으면 섭섭한 것, 요리를 멋스럽게 담을 때 놓이거나, 샐러드 아래에 큰 부피를 차지하기 위해서, 비빔밥이나 비빔국수에서도 풍성해 보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에서 상추 재배 면적이 늘어난 이유가 육류 소비량 증가와 함께라는 사실을 들여다보면 상추의 위치가 어디쯤 위치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상추쌈에 대한 사랑은 강렬하다. 해외에서는 상추는 보통 샐러드에 들어가는 생채소이지만, 한국에서 소비되는 상추는 여전히 '쌈'이 대표적이다.
손바닥 위에 상추를 깔고 상추를 보자기 삼아 밥과 양념, 고기나 반찬거리를 올려 싸서 한입에 먹는다.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먹는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여러 감각을 동시에 사용한 덕분에 각각의 재료들을 먹는 것보다 왠지 '쌈'으로 먹는 과정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상추의 쓴맛으로 시작해서 밥의 단맛, 양념의 짠맛, 고기나 반찬에서 오는 식감과 지방의 풍미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의 맛을 순차적으로 느끼게 한다. 쌈의 시작과 끝에는 상추가 있다. 반찬이 단조롭더라도 상추만 있으면 왠지 그날의 식사는 더욱 풍요롭게 느껴진다.
상추는 국립종자원에 757개가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품종이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접하는 상추는 잎상추, 배추상추, 결구상추, 줄기상추로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잎 상추는 잎 형태로 수확되고 청색과 적색으로 나뉘어있다. 보통 시장이나 마트에서 자주 보이는 상추들이 대체로 잎 상추에 속한다. 배추상추는 로마인들이 즐겨 먹었다고 이름 붙여진 로메인이다. 잎이 둥근 숟가락 형태이고 쓴맛이 덜하며 연하고 샐러드나 샌드위치로 먹는다. 동그란 구 형태로 자라는 버터헤드, 아이스버그와 같은 상추는 결구상추에 속한다. 아스파라거스나 셀러리처럼 곧고 길게 자라는 줄기상추는 줄기까지 먹는다. 보통 궁채라고 알려진 것이 줄기상추이고 한국에서는 국산 줄기상추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다.
상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해서 봄에 파종하고 5~7월에 수확한다. 꽃대가 자라면 맛과 영양이 덜해지는 다른 작물과 다르게(대표적으로 지난 글의 주제였던 마늘종이 있다.) 꽃이 피어도 계속해서 수확해 먹을 수 있다. 기온이 오르면 상추의 섬유질이 질겨지고 쓴맛이 생기기 때문에 지금 같은 날씨가 가장 상추가 많고 맛있을 테다. 텃밭이나 화분에서 상추를 직접 길러 먹는 경우도 많은 작물이라 상추가 무럭무럭 자라는 6~7월에는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고마운 채소가 아닐 수 없다.
가장 친근하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추임에도 상추가 주재료인 요리가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상추는 평범해 보이지만 이보다 접근성이 좋은 채소도 없을뿐더러, 영양적으로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95%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워지는 계절 수분 섭취에도 좋고, 비타민과 무기질도 풍부하다. 특히 눈과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A(베타카로틴), 뼈와 칼슘 흡수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비타민K도 많다. 특히 상추가 특별한 이유는 상추를 떼어냈을 때 나오는 하얀 즙, 락투세린, 락투신이라는 신경안정 작용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상추를 많이 먹으면 잠이 온다는 이유도 락투신 때문이다.
지금 가장 맛있는 상추로 만드는 초여름 상추 요리들을 가져왔다. 상추와 함께 경쾌한 초여름을 맞이해 보시길.
가장 맛있는 초여름 상추 레시피들
상추와 토마토만으로 만드는 상쾌한 샌드위치다. 두부로 마요네즈를 만들어서 빵에 바르고, 토마토에 조금 넣으면 다른 양념 없이도 풍부한 맛을 낸다. 상추는 100g 왕창 넣는 것이 포인트! 먹는 내내 아삭하고 건강한 샐러드를 듬뿍 먹는 것 같은 기분에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 재료: 식빵 2장, 상추 10장(100g), 토마토 작은 것 1개(100g), 두부 마요네즈 2T, 홀그레인 머스터드 1T
- 두부 마요네즈: 두부 100g, 식물성 오일 4T, 레몬즙 1T, 설탕 1T, 소금 2/3t
두부 마요네즈를 블렌더에 넣고 곱게 갈아준다. 블렌더가 없다면 시판 소이 마요네즈를 사용해도 좋다. 상추는 식빵 길이로 반으로 잘라 겹쳐놓고, 토마토는 1cm 큐브 모양의 크기로 썰어 두부 마요네즈 1T를 넣고 섞어둔다. 식빵 한쪽 면에 두부 마요네즈를 바르고, 토마토 쪽에는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바른다. 마요네즈를 바른 빵 위에 상추, 토마토 순서로 올리고 반대편 빵으로 덮어 반으로 자른다.
2. 상추 샌드위치
상추를 센불에 빠르게 볶으면 넘쳐나는 상추 한 봉지도 단번에 해치울 수 있다. 매콤한 단짠 양념에 볶은 상추는 밥과 찰떡궁합이다. 상추 말고도 양상추, 쌈 채소 등 여름에 풍요로운 채소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으니 시들어가는 잎채소가 있다면 볶아먹어 보시길.
- 재료: 상추 200g
- 양념: 식용유 2T, 고춧가루 1T, 다진 마늘 1T, 간장 1T, 올리고당 1T, 물 1T, 참깨 1큰술
간장, 올리고당, 물을 섞어 양념을 미리 만들어둔다. 예열한 팬에 식용유,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고 약불에 서서히 익힌 뒤 (마늘이나 고춧가루가 타지 않도록 주의하며) 양념장과 상추를 넣은 뒤 1~2분 동안 중간 불에 빠르게 볶는다. 접시에 담고 참깨를 뿌린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