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충청 지역에서 사과와 배에 치명적인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치료제가 마땅히 없어서 심한 경우에는 과수원을 닫아야 하는 병입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김형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과나무 가지와 잎이 불에 탄 것처럼 검붉게 말랐고, 배나무 가지는 새카맣게 시들었습니다.
지난 13일 충북 충주의 사과 과수원과 충남 천안의 배 과수원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이 확인됐습니다.
과수화상병은 과일나무의 가지와 잎, 꽃 등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말라죽는 전염병인데, 아직 별다른 치료제가 없습니다.
일단 발병하면 주변 나무까지 전부 매몰 처분하는 게 유일한 대책이라 '과수구제역'으로도 불립니다.
[사과 재배 농민 : (가지 끝에서부터) 널브러지기 시작하면서, 쭉 내려오면서 다 시커멓게 돼 버리는 거예요. 해결책도 이건 없는 거야 뭐.]
기후 변화로 인한 겨울철 이상 고온은 과수화상병 확산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오창식/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 겨울철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세균이 죽는 숫자가 적어서 좀 더 많은 세균이 겨울을 나면서 살아남아서 봄에 증식하는 세균 숫자가 훨씬 많은 거죠.]
실제로 평균 기온이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 2019년 겨울, 이듬해 축구장 563개 면적에 해당하는 과수원 394ha가 이 병에 감염돼 손실보상금만 728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병원균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권철희/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 평년보다 기온은 2℃ 높고 강수량은 91.5mm가 많아 과수화상병이 많이 발생했던 2020년과 유사한 기상조건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냉해 피해로 사과 생산량이 줄어 올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여기에 과수화상병까지 겹칠 경우 과일값 고공행진이 이어질 수 있어 정부는 위기 경보를 격상하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 VJ : 박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