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전체 면적이 964만 821㎢로 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광대한 국토를 가지고 있다 보니, 무려 14개의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나는 오랜 기간 중국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5개 국가와의 국경선을 방문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이다.
이 중 카자흐스탄, 라오스, 베트남은 버스와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방문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댄 신장(新疆) 위구르족자치구 이리(伊犁) 카자흐족자치주 훠얼궈쓰(霍爾果斯)시는 취재를 위해서 두 번 갔다.
대상은 중국과 카자흐스탄이 공동 운영하는 국제변경합작구, 두 국경도시 훠얼궈쓰와 자르켄트(Zharkent)였다. 훠얼궈쓰 국제변경합작구는 2012년에 문을 열었다.
면적 5.6㎢ 중 3.4㎢는 중국 땅이고 2.2㎢는 카자흐스탄 땅이다. 따라서 국제변경합작구에서 영업하는 상인과 방문객은 여권을 소지해야 들어갈 수 있다.
국제변경합작구는 2004년 9월 중국과 카자흐스탄 정부가 설립 협정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그 뒤 중국 주도로 240억 위안을 투자해 부지를 닦고 비즈니스센터, 면세센터, 부대시설 등을 세웠다.
그리고 두 나라는 특별조치를 시행했다. 모든 이들에게 국제변경합작구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했다. 투자 기업에게는 최대 10년간 토지 사용료를 면제해 주었고 각종 세제 지원을 부여했다.
관광객은 1,500유로와 50kg 이하 상품을 구매하면 면세 혜택을 주었다. 또한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민은 30일간 무비자로 상호 출입국이 가능토록 했다.
그렇기에 국제변경합작구에서는 카자흐스탄 번호판을 탄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가깝게는 자르켄트에서, 멀게는 알마티(Almaty)에서 달려와 국경을 넘어온 것이다.
카자흐스탄인들에 대한 중국 세관의 검색은 까다롭지만, 가져가는 물품의 중량이나 종류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다. 국제변경합작구 주차장에는 버스를 통째로 렌트해서 방문한 상인들을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에는 짐을 카자흐스탄 내 각 도시로 보내주는 택배회사가 성업 중이다. 카자흐스탄인들이 국제변경합작구에서 물품을 많이 사가는 이유는 가격이 싼 데다, 품종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석유, 천연가스 등 지하 자원이 풍부해서 1인당 GDP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1만 2,306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서 의류, 생활용품, 전자제품, 기계부품 등 많은 공산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제변경합작구가 그 최전선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인 2019년 국제변경합작구에 입주한 기업과 상점은 5,000개를 넘어섰고, 누적 투자액은 300억 위안을 돌파했다. 또한 방문한 중국과 카자흐스탄 관광객은 전년보다 11.4%가 증가한 660만 명을 넘어섰다.
2019년 훠얼궈쓰를 찾은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전체 관광객은 777만 명이었다. 110만 명은 방문하지 않았으나 거기에는 원인이 있다.
국제변경합작구는 여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물론 훠얼궈쓰시 정부는 여권이 없는 중국인을 위해서 임시통행증을 발급해주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또한 하루 입출입 시간이 제한되어 14시간만 머물 수 있다. 본래 훠얼궈쓰시는 숙박까지 가능한 24시간 입출입 체제를 시행하여 국제변경합작구를 독립적인 도시로 발돋움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 직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과 카자흐스탄 사이의 국경이 장기간 봉쇄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로 인해 2023년 3월에야 국제변경합작구는 운영이 재개됐다.
국제변경합작구의 덕분에 2019년 훠얼궈쓰의 GDP는 193억 위안에 달했고 투자는 100억 위안을 유치했다. 특히 대외 무역액은 538억 위안으로 신장자치구 전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등록 인구도 외지로부터 유입되어 6만 5,227명에 달했다. 사실 1980년대만 해도 훠얼궈쓰는 작은 국경마을에 불과했다. 게다가 1969년 중국과 구 소련의 국경 분쟁이 일어나자, 격랑의 한복판에 있었다.
같은 해 8월 소련군은 전차와 헬기를 앞세워 신장자치구 영내에 진입했다. 이에 중국은 소련으로 향하는 모든 국경을 폐쇄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