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거리의 시민들
프랑스에서 의사가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사망을 도울 수 있게 하는 조력 사망(assisted dying) 법안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엘리제 궁은 카트린 보트랑 노동·보건·연대 장관이 조력 사망법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안은 완전한 판단 능력을 갖춘 성인을 대상으로 엄격한 조건에 따라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났거나 프랑스에 오래 거주했으며 자기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환자에게만 허용됩니다.
치료가 불가능하고, 고통을 완화할 수 없는 치명적인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앓아야 하며, 단기 또는 중기적(6∼12개월)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예후가 있어야 합니다.
알츠하이머 등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정신과 질환을 앓는 환자는 조력 사망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환자가 조력 사망을 요청할 경우, 의사는 최대 15일 이내에 결정을 내리되, 그전에 다른 간병인이나 전문의 등에게 자문해야 합니다.
환자 가족의 의견도 구할 수 있지만 환자 본인의 의견이 우선시됩니다.
의사가 치명적 약물을 처방하기로 결정하면 투약은 환자 스스로 하게 됩니다.
신체적 여건상 직접 투약하지 못할 경우, 가족 등 신뢰할만한 제삼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트랑 장관은 "이것은 새로운 권리도 아니고 자유도 아니다"라며 "환자의 지원 요구에 대한 윤리적 대응"이라고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조력 사망법은 5월 말부터 국회 심사에 들어갑니다.
다만, 종교계나 의료계 일각은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하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일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법안은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초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법안 제출 계획을 설명하며 조력 사망의 경우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이고, 의료 전문가의 소견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조력 자살이나 안락사(euthanasia)라는 용어는 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는 앞서 2005년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도입했습니다.
2016년에는 의사가 고통스러워하는 말기 환자에게 강력한 안정제를 계속 투여해 수면 상태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