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구치소. 1880년대 군 교도소로 지어진 이후 1930년대 스탈린이 반대파를 대거 축출했던 '피의 숙청'의 본거지 같은 곳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러시아 법무부 관할이 되긴 했지만, 사실상 러시아의 연방보안국, 우리로 치면 국가정보원 같은 곳이 통제하고 있어서 여전히 억압의 상징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른바 '방사능 홍차 사건'으로 독살됐던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도 이곳에서 수감생활을 했고, 지난해 3월 간첩 혐의로 체포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도 여기 구금됐는데, 최근 이곳에 수감된 한국인이 있습니다. 바로 선교사인 백 모 씨입니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체 이 인물은 어떤 사람이길래, 그리고 이 사건 정황이 어떻길래 이번 사건이 단순한 국외 형사 사건이 아닌, '인질 외교'일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걸까요?
체포된 백 씨, 봉사에 헌신해 온 선교사
이선구 |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 이사장
구제하고 선교하는 거 그게 전부예요. 백 선교사한테 느닷없이 간첩이다 뭐다, 국가 기밀을 빼돌렸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데…
러시아는 백 씨를 간첩 혐의로 지난 1월에 체포했고, 이후 2월에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구치소로 옮겼으며, 오는 6월까지 구금 기간을 연장한 상태입니다. 러시아 관영매체인 타스 통신은 "백 씨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면서 국가 기밀 정보를 받았고, 이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보내려고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는 백 씨의 사건 자체를 '일급 기밀'로 분류해서, 구체적으로 백 씨가 무슨 정보를 받았고, 어느 기관에 넘기려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인질 외교' 가능성이 우려되는 이유
러시아 사정을 잘 아는 전·현직 고위 당국자들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우리 정보 당국은 백 씨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잡혔을 때도 러시아로부터 그 사실을 전달받았고, 구치소로 이송될 때도 러시아 측으로부터 상황을 공유받았습니다. 그런데, 백 씨가 구치소로 이송된 지 한 달가량 지난 시점에, 돌연 러시아 당국이 관영매체 타스통신을 통해 그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