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저출생 문제 풀려면 사교육비 · 직장문화 문제 해결부터"

'저출생 사회, 무엇이 문제인가?'…프랑스 전문가 인터뷰 (3)

[취재파일] "저출생 문제 풀려면 사교육비 · 직장문화 문제 해결부터"
▲ 윌렘 아데마 OECD 수석연구원
 

한국의 저출생 문제, 원인은?

도심, 신생아, 출산

한국의 낮은 출산율에는 많은 요인이 있습니다. 먼저 재정적·경제적 안정성 문제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녀를 가질 여유가 있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두 번째는 한국 직장인들은 회사 동료들과 자주 어울리고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느라 가정 생활을 위해 쓰는 시간이 거의 없고, 결국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문제를 겪습니다. 세 번째는 저출산 추세와 관련해 OECD 회원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인으로, 주거 비용의 증가입니다. 주거 비용의 추세적인 증가는 한국의 출산율 감소에 기여했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의 특수한 요인으로는 높은 사교육비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자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요인은 한국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인데, 그것은 행복을 위해 아이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당연히 자녀를 갖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런 점들이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다른 많은 OECD 국가들의 출산율 감소를 설명하는 요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앞서 말했듯 저출산 문제의 기저에는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사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보육 시스템을 상당히 발전시켜 왔지만, 그에 반해 직장 문화는 그만큼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아이를 갖는 게 자신의 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출산 휴가를 가거나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주거 비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사교육의 근간이 되는 경쟁적인 한국 문화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만, 적어도 교육을 덜 필요로 하도록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프랑스 저출산 정책에서 참고할 점은?

가족 지원 예산. 한국, 프랑스 비교

프랑스의 정책은 전후 언제나 가족을 지원하는 데 관대했습니다. 그들의 가족 지원 공공지출은 GDP의 3%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현금으로 수당을 주고, 출산 및 육아 휴가를 지원하고, 가족에 대한 세금 우대를 제공하는 등에 지출하는 돈을 말하는데, 프랑스는 지난 50-60년 동안 이런 지원을 매우 포괄적으로 제공해왔습니다. 덕분에 프랑스인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이런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이라는 신뢰를 갖게 됐고,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는 데 비교적 편안함을 느낍니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프랑스 가족 정책의 안정성과 관대함은 프랑스의 출산율을 대체출산율(한 국가가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수준의 출산율)에 가깝게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습니다.
 

프랑스도 출생률 하락…원인은?

프랑스 저출산 정책

앞서 언급한 것처럼, OECD 회원국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로, 젊은 사람들의 태도 변화가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행복을 위해 부모 세대처럼 많은 자녀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자녀는 더 이상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삶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고, 그것은 한국과 프랑스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닙니다.

노르웨이를 예로 들어볼까요? 노르웨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이며,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매우 포괄적인 일과 삶의 균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출산율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 불확실성의 증가나 기후 변화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젊은 세대로 하여금 미래를 걱정하게 만든다는 거죠. 양극화에 기여하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메시지는 자주 극단적이고, 사람들에게 외로움을 쉽게 느끼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출산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세계는 더 부유해지는데, 사람들은 왜 더 불안할까?

글쎄요,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도 있지만 경제 위기도 있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장기적인 일자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노동시장·주택시장·결혼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학력 남성들의 경우 파트너를 찾기가 어려워, 자녀가 없는 상태로 남기도 합니다. 여성들은 종종 선택에 의해 아이를 갖지 않거나 혹은 원하는 것보다 적은 수의 아이를 낳습니다. 요즘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40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이 더 적게 태어나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의 출생률 하락, 미래는?

출산율 하락

한국의 경우 현재 4명의 노동 인구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데, 이 비율이 2060년에는 거의 1:1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오래 일해야 하고 생산성 수준도 높여야 하며 은퇴에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저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극단적으로 낮은 출산율이 계속 이어질까요?

가까운 미래에 한국의 출산율이 대체출산율 수준인 여성 한 명당 2.1명 정도로 회복될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극단적으로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관건은 한국 정부가 가까운 미래에 높은 사교육 비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직장 문화를 어떻게 출산과 육아 친화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등일 겁니다. 더불어 주거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보육 환경과 가정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주요 과제가 될 겁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