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IAEA 사무총장과 자포리자 원전 '안전보장' 논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6일)(현지시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러시아 통제 하의 유럽 최대규모 자포리자 원전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어제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 있는 '보차로프 루체이' 관저에서 그로시 사무총장,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사장과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과 운영 문제에 대해 약 50분간 대화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그로시 사무총장과 만난 것은 2022년 10월 상트페테르부르크 면담 이후 처음입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오늘 안건에 특히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원자력과 관련된 모든 곳에서 안전 보장을 위해 모든 것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도 "지금은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라며 이날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직후인 2022년 3월부터 러시아군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특별군사작전 이전 우크라이나 전력의 약 5분의 1을 생산하던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6기는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 원전은 지난 18개월 동안 8차례 외부 전력선 연결이 끊겨 위기를 겪었고, 현재 원전 냉각에 필요한 전력선 10개 중 9개가 고장 나 1개의 전력선만 운영되는 상황입니다.

IAEA는 2022년 9월부터 자포리자 원전 상황을 감시하는 가운데 그로시 사무총장은 핵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포리자 원전 주변 군사 활동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해왔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원전에 포격을 가해 핵 재앙 위험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IAEA는 우크라이나에 자포로자 원전에 대한 포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그로시 사무총장의 '민감한 분야'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 분야의 세계적이고 확실한 리더 중 하나"라며 "원전을 운영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간주하며 원전의 안전을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러시아는 관심 있는 모든 파트너와 발전 상황을 공유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든 문제에 대해 IAEA와 더 많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날 밤 소치에 도착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어제 오전에는 리하체프 사장과 별도로 만나 자포로자 원전 가동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리하체프 사장은 "오늘 협상이 이전과 달랐던 점은 미래에 대해 많이 대화했다는 것"이라며 "자포리자를 가동 상태로 전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동 상태에서도 안전을 보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 장성 2명에게 발부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과 관련, 러시아가 ICC 설립 근거인 로마 규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면서 영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ICC는 우크라이나 민간 기반 시설 공격을 지시하는 등 전쟁범죄 혐의로 세르게이 코빌라시 러시아 항공우주군 장거리 항공사령관과 빅토르 니콜라예비치 소콜로프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관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