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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독재자 42세 부켈레 대선 압승…'연임 금지'에도 재선 고지

자칭 독재자 42세 부켈레 대선 압승…'연임 금지'에도 재선 고지
중미 엘살바도르를 이끄는 자칭 '독재자', 나이브 부켈레(42) 대통령이 현지시간 4일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을 확정했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에 "집계결과 5%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했다"며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라고 썼습니다.

또 "총선에서도 60석 중 최소 58석을 차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멕시코 외교부와 주엘살바도르 중국대사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켈레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다만 엘살바도르 선거법원(TSE) 공식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부켈레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79%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이렇다 하 경쟁자가 없어 이번 압승도 예견된 일로 평가됩니다.

지난 2019년 처음으로 대권을 차지한 부켈레는 지난 4년여간 강력한 갱단과의 전쟁과 부패 척결 정책을 펼치며 엘살바도르 치안을 극적으로 안정시켰습니다.

205년 인구 10만 명 당 105.2건에 달했던 엘살바도르 살인율은 지난해 2.4건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갱단원의 갈취와 폭력 범죄에 수시로 노출됐던 국민들은 부켈레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보냈고, 부켈레 정부도 2022년 3월부터 2년 가까이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며 7만 5천 명 넘는 폭력배를 체포하는 등 소탕 작전을 이어왔습니다.

에콰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만성적인 치안 불안에 허덕이는 이웃 나라는 대형 교도소 건립과 피의자 신상정보 적극적 공개 등 엘살바도르 치안 정책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부켈레는 앞서 투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 발전, 빈곤율 감소, 치안 안정화가 국정 운영의 핵심 목표"라며 '2기 정부'에서도 지금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다만,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무고한 일반인에 대한 무분별한 체포, 영장 없는 가택 수색 등 인권 침해를 문제 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국가 예산을 동원한 비트코인 투자로 경제난 극복 재원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를 보면 부켈레 임기 초중반 큰 손해를 면치 못하던 이 나라는 현재 1% 안팎 수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앞에 모인 부켈레 지지자 (사진=AP, 연합뉴스)

이번 재선 도전 과정에서는 위헌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헌법에 "6개월 이상 대통령으로 재임한 사람은 10년 이내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는 대통령 연임 금지 조항 때문입니다.

부켈레는 그러나 지난 2021년 친(親) 부켈레 성향의 대법원 헌법재판부(대법관들로 구성)로부터 "임기 만료 6개월 전 휴직하면 재선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아냈습니다.

부켈레는 실제 다음 대통령 임기 시작일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일 국회로부터 휴직 승인도 받았습니다.

이는 대통령 임기 규정과 관련한 개헌이 어려운 상황에 나온 결정이라는 게 야당 주장입니다.

개헌을 위해서는 차기 국회 표결까지 필요한데, 당장 연임을 목표로 했던 부켈레의 경우 개헌을 통한 재선 도전은 불가능해서입니다.

여대야소 국회 역시 각종 논란에 눈 감은 데 더해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거법 조항을 폐지하는 등 '부켈레 재선판'을 깔아주는 데 한몫했습니다.

이 때문에 부켈레 연임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석상에서 정장 대신 미국 브랜드 랄프로렌 티셔츠를 즐겨 입는 그는 소셜미디어 자기 소개란에 '독재자'라고 써 놓는 등 괴짜 면모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8월쯤에는 이 소개글을 철학자 플라톤이 이상적인 통치자로 칭한 '철인 왕'이라고 바꿨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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