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더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기부를 하는 쪽방촌 주민들이 있습니다. 벌써 16년째 이어진 이들의 나눔에 주위의 참여도 늘고 있습니다.
김지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인천 중구의 한 자활근로 사업장입니다.
쉬지 않는 손놀림에 볼펜과 샤프가 착착 조립됩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인 대부분은 인근 쪽방촌 주민들입니다.
[쪽방촌 거주 어르신 : 저분은 심 넣으시고, 우리는 마무리하고. 재밌죠. 여럿이 얘기도 하고.]
하루 3시간씩, 수입은 한 달에 30만 원 내외.
생계비에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기부에도 쓰기 때문입니다.
[쪽방촌 거주 어르신 : 형편이 넉넉지 않으니까 많이는 못 하고 조금씩 하죠.]
폐지와 고철을 주워 파는 쪽방촌 주민 김가자 씨도 십시일반 3만 원을 냈습니다.
[김가자/인천 중구 : 나는 주는 게 좋고 베푸는 게 좋아서, 돈 3만 원 쓰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
이렇게 모인 성금 221만 원은 사랑의열매에 전달됐습니다.
이들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쪽방촌 주민들이 기부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늘 도움만 받아 미안하다'는 한 주민의 말이 발단이 됐습니다.
자신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보자고 한 목사가 제안을 했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엄윤순/인천 중구 : 우리도 남의 도움을 받으니까. 다만, 얼마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렇게 도움을 주자 그래서….]
처음 모인 성금은 63만 원.
따뜻한 손길은 금세 소문이 퍼졌고, 노숙인들도 기부하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이준모/목사 : 노숙인이라든지 무료 급식소라든지 쪽방 주민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이야기가 번져서….]
매년 조금씩 모인 마음은 16년이 된 지금 2천500만 원이 넘었습니다.
쪽방촌 주민들은 나눔의 행복이 더 많은 곳에 전해질 때까지 기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