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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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이주형 / SBS 논설위원
"'시민덕희', 평범한 시민이 보이스피싱범 잡는 실화 바탕 영화"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 추억 떠오르는 네 학생의 사랑 고백 이야기"
"'나의 올드 오크', 켄 로치 감독 마지막 영화…주민-난민 불화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줘"
"'울산의 별', 해고 앞둔 여성 용접공 삶…노동 현실·가족 갈등 폭넓게 다뤄"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텍스트 기사는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Q. 오늘 소개해주실 첫 번째 영화는 뭔가요?
오늘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있는 영화죠, 실화를 바탕으로 코믹성을 가미한 드라마 "시민덕희"라는 영화 먼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Q. '시민덕희'라는 제목이 눈에 띄네요. 한국 영화에서 자주 보던 제목은 아닌데, 어떤 영화인가요?
네, 줄거리부터 간단하게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싱글맘 덕희씨는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두 아이들과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탁소에 불이 납니다. 거리에 나 앉게 생긴 덕희씨는 대출을 알아보는데 어느 날 은행에서 손대리라는 사람이 좋은 대출상품이 있다며 전화를 해옵니다. 그런데 손대리는 우선 수수료부터 보내달라고 하죠. 덕희씨는 여덟 차례에 걸쳐 대출 수수료로 3천만원 넘는 돈을 보냈는데 어느 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은행에 가봤다가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경찰에 신고해보지만, 보이스피싱 센터는 중국에 있고 언론에 크게 난 사건도 아니라 경찰은 미온적으로 대처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덕희씨에게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돈도 이미 갈취를 했는데 왜 전화를 걸어왔을까요? 보이스 피싱범은 제발 자기 좀 살려달라고 합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보이스 피싱범도 고액 알바라는 말에 속아서 중국에 끌려가 강제로 보이스피싱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보이스 피싱범은 자신이 중국 보이스피싱 업체 주소와 증거를 제공할테니까 자기를 구출해달라고 합니다. 덕희씨는 경찰한테 이 사실을 알려보지만 역시나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그래서 시민덕희는 직접 사건 해결에 뛰어듭니다.
Q. 평범한 시민이 보이스피싱범을 직접 잡으러간다? 정말 영화니까 나올 수 있는 얘기 같은데 이 이야기가 실화라면서요?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2016년에 있었던 이야기인데요, 경기도 화성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으로 3,200만원을 뜯기고 영화에서처럼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자신이 직접 정보를 입수해서 경찰에 넘겨 범인을 잡은 사건입니다. 이 영화 제목 "시민덕희"는 바로 거기서 나온 건데요, 감독의 얘기 들어보시죠.
(박영주 감독)
덕희라는 인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가 시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 많은 분들이 그냥 영웅이나 정말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용기를 내서 조직의 총책을 잡는다 하는 부분이 이 영화의 키포인트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정하게 됐습니다.
Q. 아까 이 위원도 코믹 드라마라고 얘기했고 영상을 잠깐 봐도 아주 진지하기만 한 톤의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주인공인 덕희 역할은 누가 맡았습니까?
맞습니다. 완전 코미디 영화는 아닌데, 그렇다고 완전히 정극 드라마라고 하기도 좀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를 잘 해낼만한 주연급 여배우가 아주 많지는 않죠. 사실 한국 영화에서 원톱을 할만한 여배우 풀도 넓은 건 아닙니다. 코미디와 정극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상업 영화에서 원톱을 할만한 여배우, 라미란 배우가 먼저 떠오릅니다. 2020년에 "정직한 후보"로 15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서 2편까지 찍은 바 있죠. 이번에도 "정직한 후보" 이상가는 연기로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라미란 배우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라미란 배우)
글쎄요. 저는 코미디 연기는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냥 제가 놓인 상황이 어이없거나, 아이러니하거나, 정말 웃픈 상황이 발생하거나, 그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그것이지 제가 어떤 뭔가 희극인도 아니고, 슬랩스틱을 하는 것도 아니고 /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뭐 슬프다고 24시간 내내 슬퍼하지는 않듯이 즐거울 때도 뭐 계속 배꼽 잡고 웃진 않잖아요. 그렇듯이 덕희에게도 그 많은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나오는 슬픔도 있을 것이고, 아픔도 있을 거고, 또 그 와중에 또 웃을 수 있는,
이 영화에는 또 최근 "더 글로리", "마스크 걸"같은 드라마에서 맹활약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염혜란 배우가 라미란 씨의 동료로 나오고, 영화 "극한직업"에서 막내 형사로 나왔던 공명 씨가 보이스피싱범으로 나와 앙상블 연기를 펼칩니다. 대작은 아니지만 두 시간 동안 소소한 재미를 주기에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Q. 다음 영화는 일본 영화네요. 요즘엔 일본 영화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실사 영화도 꽤 관객을 끄는 것 같아요. 지난번 소개해주셨던 "괴물"도 그렇구요.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는 어떤 영화인가요?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이죠, 나오키상을 23살에 최연소로 수상한 아사이 료라는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지난해 도쿄국제영화제 초청작인데,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학교를 졸업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창 시절의 추억에 잠시 잠길 수 있는, 옛 감성이 잔잔하게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는 일본 어느 고등학교의 졸업식과 졸업을 맞이한 네 소녀의 마음을 진솔하게 다룹니다. 줄거리 간추려보겠습니다.
때는 3월, 벚꽃이 휘날리기 시작할 무렵 한 시골 고등학교의 졸업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습니다. 시마다 고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이 될 4명의 주인공 소녀들은 각자 자신만의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갈 예정인 한 소녀는 이제 곧 남자 친구와 떨어져야하고, 한 소녀는 중학교 때부터 6년이나 같이 학교를 다니며 짝사랑해온 친구에게 아직 마음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해 외롭게 지내던 한 소녀는 도서실 담당 선생님과 도서실이라는 공간이 있어서 고교 생활을 지탱해왔고, 졸업식 답사를 맡게 된 소녀는 이 학교의 추억과 함께 남게 될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졸업식까지 남은 이틀의 시간 동안 카메라는 이대로 남고 싶은 마음과 새출발하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는 이 네 명의 학생들을 따라가면서 이들이 이별과 마주하는 시간을 애틋하게 그려냅니다.
Q. 이 위원도 졸업한 지가 오래됐고, 소녀 감성도 아닐텐데, 오늘 이 영화를 추천하려고 가져온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졸업한지는 오래 됐는데, 제가 약간 소녀 감성입니다:) 편 앵커도 앞에서 영화 화면 잠깐 보셨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이 영화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마을을 먼거리에서 보여주는 설정 샷으로 시작을 하거든요.
이때부터 왠지 저는 이 영화가 저를 타임머신에 태워 과거로 안내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본 사회가 한국보다는 변화가 좀 더딘 사회잖아요. 그래서 그런건지 교실 풍경이랄지, 졸업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이랄지 이런 것들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았구요,
스펙터클은 없지만 풋풋한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를 통해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출발하는 학생들의 아쉽고 애틋하고 기대에 찬 마음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네 명 또는 그 이상인데요, 이들의 이야기가 치밀한 구성으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영화가 관객을 확 끌고 가는 힘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졸업이라는 이벤트를 맞는 네 소녀의 마음을 관객이 함께 따라가며 감정이입하기 좋은 영화라, 졸업 시즌에 가족이 함께 가서 보면 좋은 추억이 될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상영 극장이 많지 않으니까 조금 일찍 발걸음을 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Q. 자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입니까?
마지막으로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다룬 두 영화를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 편은 영국 거장 감독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이고요, 한 편은 한국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입니다.
Q. 보니까 영국 거장 작품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네요. 이 감독은 영국 평생 노동계급의 현실을 다룬 영화들을 만들어왔죠?
그렇습니다. 역대 칸 영화제 최다인 14회 초청, 황금종려상 2회, 심사위원상 3회나 받은 영국의 세계적인 거장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16년에 개봉했던, 평생을 목수로 일한 노인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영국 복지제도의 허점을 짚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를 감명깊게 봤는데요, 이번에는 영국의 한 빈한한 촌 마을에 난민들이 이주해오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연대의 이야기를 "나의 올드 오크"라는 영화에 담았습니다.
Q. 오크는 참나무잖아요. 이 영화가 술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위스키는 오크통에 담그죠. '올드 오크'는 영국 북동부 폐광촌에 있는 한 펍의 이름입니다. 가난한 동네 주민들이 마을 사랑방처럼 모여서 생맥주 한잔 하는 곳인데요, 이 마을에 시리아 난민들이 들어오면서 올드 오크 펍은 그들과 공유하는 장소가 됩니다.
유럽은 난민 이슈가 우리보다 훨씬 생활 속 이슈잖아요. 한국에서도 몇해 전 제주도 난민 문제 때 비슷한 반응이 있었지만, 난민에 적대적인 주민, 이들을 받아들이자는 주민, 그냥 관망하는 주민 등 다양한 반응과 그런 그들을 보는 난민의 시각이 함께 영화 속에서 펼쳐집니다.
켄 로치 감독이 자신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상당히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영화입니다.
Q. 나머지 한 편, 한국 영화 제목은 "울산의 별"이에요.. 울산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인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보군요.
맞습니다. 울산 조선소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 가정의 이야기인데요. 조선소 노동자였던 남편이 사고로 죽고 대신 조선소에서 용접을 하며 생계를 꾸려오는 윤화는 입도 거칠고 행동도 거친 50대 싱글맘 가장입니다.
대학을 나온 아들은 코인으로 재산을 날렸고 딸은 공부보다는 서울로 가서 미용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소는 사정이 어렵다며 윤화에게 해고 통보를 합니다. 윤화는 왜 나냐고 항의를 해보지만 해결이 되기는커녕 오해가 쌓이면서 일은 꼬여만 갑니다.
우리가 사실 자신의 일터가 아니면 타인의 노동과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요. 감독이 상당히 힘들게 섭외했다는 실제 조선소 촬영을 통해서 이 영화는 노동 현실과 청소년 문제, 가족 문제까지 굉장히 폭넓게 건드립니다.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받았습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