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투자 열풍을 이끈 박순혁 작가. 그는 ‘배터리 아저씨’라고도 불립니다. 주식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워낙 유명한 분입니다. 박순혁 작가는 몇몇 유튜브 채널에서 주식 투자 관련 강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 작가의 유튜브 채널 영상을 보다가, 중간에 박순혁 작가가 등장하는 광고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시청자는 광고를 평소보다 더 신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광고가 사실이 아니라면, 당신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무슨 상황인데?
가짜 박순혁 작가의 메시지를 받은 투자자는 “이게 꿈인가요, 생시일까요?” 놀랐습니다. 가짜 박순혁은 여기에 “하하, 꿈이 아니예요. 연인이죠”라고 답합니다. 문맥상 ‘인연이죠’라고 말해야 할 것을 ‘연인이죠’라고 답한 것입니다. 이런 어눌함도 눈에 안 들어올 수 있습니다. 가짜 박순혁은 이제 투자자를 네이버 밴드로 초대합니다. 주식 투자 개미 수업반. 제목만 조금씩 변주한 이런 투자방이 네이버 밴드에 꽤 많습니다. 가짜 박 작가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이은주 비서가 나설 차례입니다. 박순혁 작가의 비서라고 합니다. 이은주 비서는 투자자들에게 밴드 메신저를 통해 날마다 안부를 묻고, 유망 종목을 찍어주기도 합니다. 여성 투자자에게는 ‘언니, 언니’ 부르면서 정서적 유대를 만들어 갑니다. 그러다 신뢰가 쌓이면 작업이 시작됩니다. 박순혁 작가가 알아서 투자해 줄 테니 돈을 보내 달라는 겁니다. 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으라고 합니다. 최소 2배는 불려주겠다고 투자자를 유혹합니다.
‘조인성 영상’에 넘어갔다
영상에서 자신을 조인성이라고 소개한 인물은 박순혁 교수의 어린이 재단 자선 사업에 감사드린다고 말합니다. 밴드 수강생들이 박 작가에게 돈을 보내 수익이 나면 수익금의 20%를 어린이를 위해, 좋은 일에 쓴다는 것입니다. 배우 송혜교 씨의 영상도 투자자를 안심시키는데 한몫했습니다.
투자자는 3백, 5백만 원만 보내다가, 조인성 씨의 영상을 본 뒤 보유 주식을 처분해 4천만 원을 마련했습니다. 그걸 모두 투자했습니다. 이은주 비서가 특정 종목을 찍어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박 작가의 명성을 믿고, 조인성과 송혜교 씨까지 투자를 독려한다는 것을 믿고 보낸 돈이었습니다. 그렇게 보낸 돈이 5차례에 걸쳐 총 6,300만 원입니다. SBS 8뉴스에 보도된 뒤, 조인성과 송혜교 씨 영상을 보고 자신의 전 재산을 보냈다는 또 다른 투자자의 피해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조인성과 송혜교, 그리고 이은주 비서의 정체는?
박순혁 작가의 메시지도 어눌했지만, 조인성과 송혜교 씨의 영상도 사실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음성과 입 모양이 잘 맞지 않습니다. 어법도 이상합니다. 영상 속 조인성 씨는 “박순혁 교수님의 QF 어린이재단 개최에 감사드린다”고 했는데, 재단 개최라는 표현이 어색합니다. 영상 속 송혜교 씨도 “어린이 기금회를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마치 번역기에서 나온 듯한 문장을 읽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