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백 건의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하면서, 정말 답답하고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가해자의 행위가 정말 악랄하고,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가 막대한데도 피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할 때입니다. 하지만 바쁜 직장 생활 중, 팀장의 폭언이, 동료들의 따돌림이, 상사의 괴롭힘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기에 직장 내 괴롭힘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증거수집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입증을 위한 녹음이 필요합니다
가끔 "왜 당시 통화를 녹음하지 않으셨나요?"라고 질문하면 "상대방에게 녹음한다고 알리면 말을 안 할 것이 뻔해서요."라는 답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녹음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상사가 폭언하는 중 "잠시만요, 녹음을 하려고 하는 데 동의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하는 상황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죠.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공개된 대회이거나, 내가 대화자 중 한 사람이어서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닌 경우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녹음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단, 녹음기를 피해자가 없는 장소에 두고 사용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입니다.
일부 하급심 판결은 타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상, 녹취,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형사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헌법상 보장된 음성권을 침해하는 민사상 불법행위로 보기도 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2. 선고 2021가단5160620 판결).
그러나 음성권이 다소 침해됐더라도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할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녹음이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져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다고 평가받을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결(대법원 2019. 10. 31.선고 2019다256037 판결)2019다256037)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피해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녹취하는 것은 정당행위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증거 수집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겠죠.
동료들 진술은 빨리 확보하세요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등은 지우지 마세요
또 동료들의 위로 메시지도 도움이 됩니다. 휴대폰 분실이나 파손으로 인해 대화가 유실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에 해당 메시지들을 별도로 백업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텍스트만으로 저장하지 않고, 해당 메시지 자체를 사진으로 캡처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