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의무감에 보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일은 없다. 특히 정신의학 소재의 국내 드라마는 점점 퇴행해가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기자나, 환자, 또는 지인들이 자꾸 물어보는 바람에 넷플릭스를 켰다. 기다려왔던 스위트홈 2를 미루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았다. 숙제하듯 보기 시작했지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즐겁게 시청할 수 있었다. 약 스포가 있으니, 보실 분들은 주의 부탁드린다.
본 드라마는 정신병동에 신규 간호사로 배정된 주인공 정다은(박보영 분)의 초반 성장기와 후반 낙인 극복기로 이어진다.
나의 초년병 시절
병동 산책 때, 산책 구역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이때는 가운 대신 사복을 입는다), 실습 나온 간호대생이 조심스레 다가와 내게 말을 건넸다. "치료받느라 많이 힘드시죠?" 개인적으로는 슬픈 추억이지만, 환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달까? 주인공과 같은 종류의 실수는 아니었어도, 나 역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대부분 의욕이 앞서고, 기다릴 줄 몰라서 생긴 일들이다. 초짜 정신과 의사가 제 역할을 할 때까지 기다려 준 건 환자 분들이니, 늘 감사할 따름이다.
고난은 관계의 문제부터
특히 주인공 정다은 간호사처럼 정이 많고, 내담자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선후배들이 가끔씩 있었다. 이들의 몸에 밴 따뜻한 태도는 장점이지만, 스스로 소진되기도 쉽다. 대개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환자와 적당히 거리두기 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극 중에서처럼 퇴원할 때 건네는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마요."란 말은 매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환자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좋은 작별(Good-bye)이다.
본 드라마는 기존 정신의학 소재 드라마에 비해 꼼꼼한 자문을 받아서인지 전반적으로 어색함이 적었다. 다만 작중 옥에 티라면, 정다은 간호사가 김서완 님에게 개인 연락처를 남긴 행동이 끝내 극 중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점이다. 이는 치료적 중립성을 깰뿐더러, 환자의 의존욕구를 조장할 수 있다. 후회하는 회상씬에서 그 장면이 지나가기를 바랐지만, 결국 나오진 않았다. 통화를 끝낸 김서완 님은 거절 공포(fear of rejection) 또는 유기불안(fear of abandonment)까지 느꼈을 수 있다. 외로웠던 환자의 극단적인 행동화(acting-out)가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정신과 치료는 낙인과의 싸움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