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500만년 전~산업화 이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기온 변화](http://img.sbs.co.kr/newimg/news/20231208/201867617_1280.jpg)
6천500만 년 동안의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420ppm인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 역사에서 1천400만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유타대 가브리엘 보웬 교수와 컬럼비아대 바벨 회니시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 연구팀(CenCO2PIP)은 8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장단기 기후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지질학적 증거 등을 분석, 6천500만 년간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온을 재구성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CenCO2PIP(The Cenozoic CO2 Proxy Integration Project)는 지질학적 지표를 이용해 신생대부터 현재까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후를 규명하기 위한 국제 컨소시엄으로 16개국 8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동 교신저자인 회니시 교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며 "이 연구는 기후가 장기간에 걸쳐 이산화탄소 농도에 얼마나 민감한지에 대해 강력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증거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알 수 있는 시기는 빙하가 남아 있는 80만 년 전까지로 제한됩니다.
빙하 속에 남아 있는 공기 방울을 분석해 얼음이 만들어진 시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 지질시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광물의 동위원소, 화석화된 식물 잎의 형태, 대기화학이 반영된 다른 지질학적 증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CenCO2PIP는 이를 위해 지난 7년여 동안 관련 연구와 자료를 모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녹아내려 맨땅이 드러난 그린란드 빙상 가장자리](http://img.sbs.co.kr/newimg/news/20231208/201867616_1280.jpg)
인류가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태우며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초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해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까지 높아졌으며, 향후 배출량에 따라 2100년까지 600~1천pp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석 결과 신생대 이후 가장 더웠던 시기는 약 5천만 년 전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1천600ppm까지 치솟았고 기온은 현재보다 12℃나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산화탄소가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3천400만 년 전에는 현재의 남극 빙상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그 후 약간의 기복이 있었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는 장기적으로 계속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보다 지속해 높았던 시기는 1천600만 년 전으로 480ppm이었으며, 1천400만 년 전에는 현재의 온난화를 유발한 수준인 420ppm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같은 이산화탄소 감소세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250만 년 전에는 270~280ppm까지 낮아지면서 일련의 빙하기가 시작됐습니다.
현생인류가 등장한 약 40만 년 전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낮아졌고, 이 농도는 약 250년 전 인류가 대규모로 이산화탄소를 내뿜기 시작할 때까지 유지됐습니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장기적으로 감소하던 시기에 많은 동식물의 조상이 등장하고 진화했다며 이는 이산화탄소의 변화가 기후뿐만 아니라 생태계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웬 교수는 "기후변화로 기온이 몇 도가 변하든 인간은 이미 지구를 어떤 생물 종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는 우리가 멈춰 서서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Kevin Krajick/Earth Institute 제공, Gabe Bowen, University of Utah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