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4명이 작은 목선을 타고 속초 앞바다로 내려왔습니다.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합니다.
군이 북한 목선 찾는 데 큰 도움을 받은 건 우리 어민의 신고였는데요, 조업 중이던 우리 어선의 선장이 신고한 뒤에 당국이 목선에 탄 북한 주민들의 신병을 확보하고 목선도 예인했습니다. 해경에 처음 신고한 임재길 선장을 SBS 취재진이 만났는데요, 임 선장은 북한 주민의 첫 마디가 "여기가 어딥네까?"였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 "여기가 어딥네까?"
임 선장은 목선을 향해 다가갔고, 목선도 피하지 않고 다가왔다고 합니다. 두 배가 가까워져 거의 붙게 되자 북한 목선에 타고 있던 남성이 "여기가 어딥네까?"라면서 먼저 말을 걸었다고 합니다. 임 선장이 "속초 앞입니다"고 답하자 북한 주민들이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목선에 탄 북한 주민들은 남한으로 넘어온 걸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임 선장이 "북에서 왔어요?"라고 묻자 목선의 남성은 대답을 안 하다가 두 번째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임 선장은 "잘 왔어요"라고 하고 생수 한 병과 한국 담배 한 갑을 건넸다고 하는데요, 북한 목선의 남성이 처음에는 안 받으려고 하다가 임 선장이 "받아도 괜찮다"고 몇 번 얘기하자 그제서야 받았다고 합니다. 북한 목선에 타고 있던 여성이 "한국 배가 좋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임 선장의 인터뷰를 토대로 당시 대화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목선 승선 남성: 여기가 어딥네까?
임 선장: 속초 앞입니다.
북한에서 왔어요? (두 번 질문)
목선 승선 남성: (고개만 끄덕)
임 선장: 잘 왔어요.
(생수와 담배 건넨 뒤) 언제 출발했어요?
목선 승선 남성: 오늘 출발했어요.
목선 승선 여성: 한국 배가 좋다야.
북한 목선은 고기잡이 배로 보였지만 배 안에 낚시나 그물이 없었다고 합니다. 또, 배에 타고 있던 북한 주민의 복장이 비교적 깨끗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애초에 고기잡으려고 출항한 건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임 선장은 북한 배에 3명이 타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남성 한 명과 여성 두 명이었는데요, 남성은 30대로 보였고 여성 한 명도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고 합니다. 다른 여성 한 명은 4,50대의 중년으로 보였다고 하고요.
4명이 승선했고,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라는 정부 발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임 선장이 여성 한 명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여성 한 명은 어린 아이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군, 레이더로 포착하고 추적했지만...
북한 주민 4명이 귀순 의사를 표시했다는 내용만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타고 온 배는 양양 기사문항으로 예인됐는데요, 7.5m 길이의 나무로 만들어진 전마선(소형 고기잡이 배)으로 추정됐습니다.
군 당국은 북한 목선이 동해 북동쪽에서 직선으로 내려오지 않고 대각선으로 NLL을 넘어 속초 쪽을 향해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어민 신고 전에 군이 추적은 하고 있었지만 북한 목선이라는 건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군의 설명을 보면, 새벽 5시30분쯤 육군 감시 레이더로 물체를 조기 식별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 물체가 무엇인지는 판단하지 못하고 6시 반쯤 열상감시장비((TOD)에 목선의 형상이 식별되고, 7시10분 해경에 우리 어민 신고가 접수되면서 북한 목선이라는 걸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초계기와 고속정을 보냈지만, 민간 어선이 신고할 때까지 목선을 찾지 못했습니다. 북한 목선이 발견된 속초 동쪽 해상은 NLL에서 남쪽으로 약 40∼50㎞ 떨어진 지점입니다.
결과적으로 북한 목선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NLL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군의 동해 NLL 감시·경계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