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구속을 요청하며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받는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살포 사건과 관련해 오늘(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국민께서 이런 상황을 다 아시고 이 중요한 표결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또 "범죄사실에 따르면 논리 필연적으로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시게 된다"며 "최근 체포동의안의 표결 결과를 보면 그 20여 명의 표가 표결의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이 '본인 연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두 의원의 구속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 장관은 검찰이 파악한 돈봉투 살포 모의 과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들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 장관은 "(2021년) 4월 27일 강래구 씨가 이정근 씨에게 송영길의 보좌관 박 모 씨로부터 받아 놓은 돈을 윤 의원에게 전달하라면서 '저녁 먹을 때쯤 전화 오면 10개 주세요'라고 하고, 이 씨가 '윤(관석)한테?'라고 하자 '예'라고 대답하는 통화녹음 파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4월 29일 윤 의원이 이 씨에게 자신이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며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줬다며 '내가 회관 돌리면서 쭉 만났거든. 윤○○ 의원하고 김○○ 의원 전남 쪽하고'라고 의원들의 실명을 직접 말하는 통화녹음 등 돈봉투의 조성, 살포 과정이 마치 생중계되듯이 녹음돼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성만 의원 외에 수수 혐의를 받는 의원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밖에도 윤 의원과 이 의원이 이 씨와 돈을 주고받을 장소를 정하는 통화녹음 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 장관은 "이런 적나라한 물증들은 검찰과 무관하게 민주당 소속 이정근 씨 등이 당시 자발적으로 녹음했거나 작성했던 것"이라며 "불법적으로 추출하거나 왜곡하거나 악의적으로 편집할 여지도 없다. 녹음된 대화의 양과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서 의미가 모호한 부분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범죄에서 지시를 이행한 실무자에 불과한 강래구 씨가 같은 혐의로 이미 법원 결정으로 구속된 점도 형평성 측면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장관은 "국민은 당내 경선에서 선거권자 8명에게 합계 225만 원을 줘도 구속됐고, 기초의원 선거에서 선거운동원 3명에게 합계 266만 원을 줘도 구속됐다"며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것은 민주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장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