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1억 9천만 원의 뇌물 중 1천만 원은 정확히 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법정에서 진술을 바꿨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오늘(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씨의 뇌물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초 뇌물 수수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2013년 설 무렵인 1월 혹은 2월 남욱 씨로부터 첫 뇌물을 받았다며 남 씨가 요구하지 않은 2천만 원을 가져왔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는 검찰이 2021년 10월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할 당시 공소장에 담은 뇌물 3억 5,200만 원과는 별도입니다.
유 전 본부장이 2013년 3월 먼저 금품을 요구해 그 다음달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 당시 검찰 조사 결과였지만, 이보다 앞선 시점에 남 씨가 스스로 돈을 가져와 받았다는 겁니다.
그는 "정진상과 김용은 술만 먹으면 제 앞으로 술값을 달아놔 2010년에만 4천∼6천만 원이 돼 굉장히 부담이 됐다"며 "김용은 공사 설립하면 돈 좀 만들 수 있냐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등 다들 돈이 필요하다고도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그럼 한 번 만들어 볼게요'라고 했고, '그래도 남욱이 변호사니 제일 낫지 않나' 싶었지만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며 "근데 본인이 가져왔길래 그냥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앞서 검찰 수사에서 이 2천만 원을 1천만 원씩 각각 정 씨와 김 씨에게 줬다고 진술했는데, 이날 공판에서 김 씨에게 준 사실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꾼 겁니다.
뇌물수수 혐의 액수는 정 씨가 2억 4천만 원, 김 씨가 1억 9천만 원인데 김 씨의 공소사실이 흔들릴 여지가 생긴 셈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에게 준 것은 100% 얘기할 수 있는데 김용은 줬다는 게 80%, 아닌 게 20% 정도"라며 "김용 아니면 제가 썼을 텐데 김용 사무실에 가서 1천만 원을 여러 차례 전달한 적이 있어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민간업자가 아닌 고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에게 1억 원을 빌리는 등으로 마련한 돈을 정 씨에게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씨에게 '떡값'으로 약 500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고, 한 철거업자가 정 씨의 술값을 대납한 9천만 원을 대신 변제해줬다고 했습니다.
정 씨가 이 철거업자에게 술값 대신 성남시 일감을 주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자신이 변제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