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과거를 푸는 열쇠이다?
"현재는 과거를 푸는 열쇠이다." 동일과정설은 19세기 지질학의 근간을 이룬다. 이 가설은 현재의 지질 현상이 과거에도 동일한 과정과 경과로 발생되었음을 지지하였다. 하지만 현대의 지질학은 이런 19세기 논리에 의문을 표한다. 지구 초기에 해당하는 초시생대(40억~36억 년 전)에도 현재와 같은 지구조 환경과, 현재와 비슷한 규모의 수륙분포와 현재와 비슷한 지온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19세기의 '과거'라는 개념은 현대의 지질학에서 그리 오래전 과거는 아님으로 받아들여지고, 또한 그 당시는 초시생대에 대한 오래된 지질학적 관점이 없었다. 동일과정설이 맞는 개념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는 명확히 판정하기는 힘들다. 과거의 정론이 현재에는 수정되어야 함에 근접해 있긴 하지만 또한 여전히 현재와 비슷한 지질환경들이 시생누대(25억 년 이상의 오래전 지질시대) 암석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암석들을 우리는 그린란드에서 마주할 수 있다.
초시생대(40억~36억 년 전)로의 시간여행
지구의 가장 오래된 암석은 그린란드 이수아를 포함하여 캐나다의 누부아지툭(Nuvvuagittuq) 녹색암대와 아카스타(Acasta) 편마암대 그리고 남극 네이피어(Napier) 복합체와 호주 네리어(Narryer) 편마암대에서 발견된다. 고지리를 살펴보면 이들 초시생대 암석은 로라시아(판게아의 북쪽 대륙) 중심부(캐나다-그린란드)와 곤드와나(판게아의 남쪽 대륙)의 중심부(남극대륙-호주)를 점유하며 이분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극지연구소는 곤드와나(남극대륙)뿐만 아니라 로라시아(그린란드)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가고 있다. 이에 극지연구소는 북극권 지질연구의 일환으로 그린란드 이수아 지역을 탐사하였다. 이수아 지역은 북부 편마암 지괴(37억 년)와 남부 편마암 지괴(38억 년), 그리고 이들 사이에 낀 이수아 상부지각암대(38~37억 년)로 구성된다(그림 1). 이들 지괴는 초시생대에 이미 합체되어 한 덩어리가 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Nutman 외, 2013). 이수아 상부지각암대(주로 변성암)에서는 해양 기원의 암석(베개 문양 화산암, 돌로마이트질 석회규산염암, 스트로마톨라이트(추정), 저탁류 구조암, 호상철광층)과 함께 맨틀암석이 관찰된다(그림 3, 4, 5). 북부와 남부의 편마암 지괴에서는 토날라이트-화강암질(대륙암석) 암석들이 발달한다.
이수아 전역은 전반적으로 변성-변형되었지만 상당수의 암석들은 초시생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다. 이수아 지역에 대한 관찰로부터 초시생대에 지구는 이미 대륙(혹은 소대륙)과 해양의 구분이 뚜렷하였고 현재의 조산운동과 유사한 판구조적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한 37억 년 연령이 추정되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현재까지 보고된 가장 오래된 지구 생명체의 기록을 시사한다(Nutman 외, 2016) - 해당 암석이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아니라는 견해도 존재함(Allwood 외, 2018) (그림 3). 지구 초기 생명체에 대한 기록은 스트로마톨라이트 추정 암체뿐만 아니라 함께 발견되는 탄산염암, 호상철광층, 13C가 부족한 흑연 등에서도 간접적으로 지지된다. 극지연구소는 현재 대두되는 지구 초기 역사에 대한 중요한 기록들을 검토하며 실험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