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대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됐습니다.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성인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습니다.
맨해튼 대배심이 23명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최소 12명 이상이 기소에 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도 트럼프가 기소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AP통신에 확인했습니다.
며칠 안에 공소장이 공개되면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소에 대해 정치적인 박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거의 5년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사해 온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그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포르노 배우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13만 달러를 지급한 의혹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이름의 이 배우가 대선 직전 언론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보내 대니얼스에게 침묵을 지키는 대가로 이 돈을 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을 통해 코언에게 13만달러를 변제하면서 회사 내부 문건에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기재해 기업 문서 조작을 금지한 뉴욕주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기업 문서 조작은 경범죄에 불과하지만, 선거법 위반과 같은 또 다른 범죄를 감추기 위해 회사 기록을 조작했다면 중범죄로 기소할 수 있다고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이번 기소는 2024년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권 가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사상 첫 전직 대통령 기소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것은 악재지만, 민주당 소속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의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할 경우 오히려 공화당 경선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특히 기업 문서 조작과 선거법 위반을 결합하는 형태의 기소는 전례가 없다시피 한 것이어서 재판부가 기각하거나 기소 내용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