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미만 결혼은 인도에서도 엄연히 '불법'입니다. 혹자는 이 결혼에 '조혼'이라는 표현을 쓰는 대신 '성폭력'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관습이라는 가면을 쓴 악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행태가 흔하지 않지만 미성년 결혼(Child marriage), 전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조혼 철폐를 주장하는 국제 NGO인 걸스 낫 브라이즈(Girls Not Brides)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분당 23명의 어린 소녀들이 강제 결혼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3초당 한 명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어린 신부'가 되는 것입니다.
걸스 낫 브라이즈를 설립하는 데 역할을 했고 국제사회에서 조혼 철폐 목소리를 내 온 그라샤 마셸 여사를 만났습니다. 그녀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와 닿을 법한 타이틀은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부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사실, 그런 타이틀을 떼더라도 마셸 여사는 이미 유엔 특보를 역임하는 등 아동과 여성 인권 분야에서 활동해 온 국제적인 저명인사입니다.
그녀는 미성년 결혼에 대해 "아프리카 대륙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인도 같은 나라에서 보듯 아시아에서도 굉장히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녀는 우리가 속한 "아시아에서도 12살, 13살, 14살, 15살의 소녀들이 나이가 많은 남성들과 결혼하도록 내몰리고 있다"면서 "이 소녀들은 아이를 갖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이것은 국제사회에 아직도 존재하는 극히 부정적인 관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자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피상적으로 제도를 바꾸고 법을 바꾼다고 해서 악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점입니다. 그녀 스스로도 수십 년간 인권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이런 사회 변혁(social transformation)였다고 털어놨는데요.
"사회가 아주 더디게 변화한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항상 장기적인 문제죠. 얼마나 많은 기관이 제도를 채택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법을 만들었는지 셀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고, 그 토대가 바뀌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에서 한 소녀가 학교를 가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이 필요했는지를 예로 들었습니다.
"우리가 소녀들은 일정 수준의 교육을 마칠 때까지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주장할 때, 일단 그 여자아이 스스로 학교를 가야 한다고 믿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이를 지원하도록 해야 하죠. 학교도 아동을 지원해야 하고 이런 방향을 이어가도록 조직되어야 합니다. (학교를 가지 않던 소녀들이 학교를 가게 되니) 정부는 교사와 교장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합니다. '단지 어린아이가 학교에 가도록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행위자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죠."
누군가는 보편적이고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정작 당사자와 주변이 이를 받아들이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겠죠. 살 날이 막막하다며 주저앉아버린 아삼주의 어린 여성들이 보여준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진=NDTV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