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대형계약이 쏟아지고 있는 KBO리그에서도 구창모의 계약은 전체 6위 규모이고, 자유계약선수(이하 FA) 신분이 아닌 선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뛰다 컴백한 김광현 다음가는 거액입니다.
사실 2020년과 2022년, 구창모가 보여준 퍼포먼스에서 초대형 계약의 근거를 바로 눈치챌 수 있습니다. 2020년,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을 날리고도 15경기에서 9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74를 찍으면서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이하 WAR) 4.62를 기록했고, 2022년엔 19경기에서 11승 5패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하며 3.96의 WAR을 찍었습니다.
2020년의 구창모는 선동열을 제외하면 한국 야구사에서 비견할 데가 없는 임팩트를 남긴 투수였고, 2022년의 구창모 역시 메이저리거 류현진을 제외하면 넘어서는 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현재의 KBO리그에서 구창모가 지닌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쉬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구창모가 데뷔 이후 여러 차례 부상을 당하며 단 한 번도 규정 이닝(144이닝)을 채운 적이 없는 데다 군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선수라는 겁니다.
NC의 오버페이?
NC는 투자는 과연 합리적이었을까요. 비슷한 방법으로 구창모의 계약을 다른 선수의 FA 계약 사례와 비교해 보면 일단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매년 1승 당 가격은 조금씩 변하지만, 2015년 이후 대체로 5억 원 언저리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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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원이면 살 수 있는 걸 1.8배인 9억 원을 주고 샀다니... 심지어 언제 부상을 당해도, 언제 군대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에게 말입니다. 속된 말로 NC가 호구 잡힌 거 아닌가 싶은데, 이게 또 그렇게 간단히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구창모라는 투수의 대체 가능성이 사실상 0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엄의 이유 : 대체재의 부재
10개 구단 체제가 된 이후인 2014년 드래프트 이후에 뽑힌 젊은 투수들 중에서 구창모는 2위에 해당하는 누적 WAR을 쌓았습니다. 심지어 1위인 고영표와 차이는 0.3승에 불과하고, 나이는 6살이나 어립니다. 게다가 자세히 보면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을 수 있습니다. 구창모가 상위 10명 중 유일한 왼손잡이라는 점입니다.
좌완투수들만 모아놓고 보면, 구창모의 가치는 더욱 돋보입니다. 점점 더 좌타자가 늘어나고 있는 리그 환경을 놓고 볼 때 ‘독보적인 좌완투수’ 구창모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증명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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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반론 : 제2의 구창모가 뒤늦게 등장할 가능성은?
군대를 다녀온 20대 중반 이후에 뒤늦게 기량이 만개하는 선수가 충분히 있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부상을 달고 사는 군 미필 선수에게 거액을 안긴 NC의 결정이 다소 성급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근데 또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구창모의 동년배 선수들이 이른바 ‘골짜기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에서는 특정 종목에 진입하는 유소년의 재능 총량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의 성과와 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붐을 타고 야구를 시작했다는 2000년생 ‘베이징 키즈’ 삼성 원태인의 사례가 대표적일 겁니다.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스포츠 유망주들에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가 바로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이 같은 값이면 축구의 길로 유입될 유인이 더 컸고, 야구로 유입되는 유망주들이 다른 시대와 비교했을 때 더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유망주라고 부를 수 있는 25세 이하 선수의 전체 선수 대비 WAR 비중은 1994년엔 전체의 51.6%, 2008년에 32.4%에 달했는데, 1990년대 중반 출생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프로에서 입성한 뒤인 2010년대 중반 ‘골짜기’처럼 움푹 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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