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언론실천재단] 원로 언론인 단체 공동성명
이 성명을 낸 자유언론실천재단의 이부영 이사장을 SBS가 서울 필운동의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이 이사장은 동아일보 기자이던 1974년 유신체제에 반발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를 결성했다 해직되고,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아 여러 번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1987년에는 수감생활 중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 은폐 사실을 교도관으로부터 알게 된 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전달해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1987>에서 김의성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대통령실의 '전용기 배제' 방침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며, "후배 언론인들이 또 그런 일을 당하는 걸 못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1문 1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질문의 순서는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Q. 대통령실이 MBC의 전용기 탑승 거부를 듣고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A. 깜짝 놀랐습니다.
대통령이 말씀하시는 자유와 자유 언론 실천이라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것입니다. 즉 헌법적 가치를 가진 것이 언론 자유, 그것을 지켜내는 것은 대통령의 임무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 일은 헌법을 부정하고 있는 거예요. 대한민국 헌법은 언론 자유가 분명히 보장되게 돼 있어요. 우리 헌법의 중요한 조항인 언론 자유 문제까지도 대통령이 저렇게 자의적으로 기자들의 취재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혹시 대통령이 '언론이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이 자기들에게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언론 자유를 작위적으로 자기 입장에서만 해석을 하고 억압하려 드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일이 앞으로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다른 사례에도 적용이 될 걸 생각하면, 언론 자유를 굉장히 어둡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아마 사사건건 이렇게 해석을 하다시피 하면 그것이 어디까지 갈지 가늠이 되질 않아요.
지금 세상에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세 번째 10년을 맞는 이런 땐데 이런 일이. 외국에서는 한국을 선진 민주화된 나라, 지난날 식민지 경험을 한 나라들 중에서 유일하게 민주 선진국이 된 나라, 아주 문화적 창의력이 높이 올라와서 개발도상국들에는 정말 롤 모델이 되고 있는 나라인데 이 나라를 다시 후진 꼴찌 국가로 지금 추락시키고 있어요.
Q. 이번 일은 언론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요?
A. 누구 한 사람 집어가지고 몰매를 때리고, '너희들도 잘못하면 이렇게 돼' 하고 협박하는 거 아니에요. 아마 이미 조금은 다른 기자들이 위축됐었는지도 몰라요.
다른 기자들이 이번에 대통령 따라가서, 대통령이 만약에 또 지난번처럼 실수를 저지르거나 하면 그거 다 덮어버리지 않겠어요? 그것이 바깥에서는 다 알고 기자들도 다 알면서 우리 국민들에는 거짓말을 하고 조작하는 결과가 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정상회담 같은 데서 강대국 정상들을 만나서 제대로 목표를 실현을 못 시켜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그냥 또 포장되지 않겠어요? 지난번에 그랬던 거 보면 이번에도 그런 일이 또 벌어질 것 같지 않냐고요.
그런 것이 뭡니까? 우리 국민들을 속이면서 국민들은 국익이 손상된 것도 모르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겁니다.
중간에 언론이 자유롭지 못하면 그렇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이 사태를 좌시할 경우에 앞으로 기자들 취재 권한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정부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전직 언론인들이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일에 다 종사하게 되도록 돼 있어요. 그런 걸 그냥 이번에 방치해야 할까요?
Q. 이번 사태가 시민단체 등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줄까요?
A. 윤석열 대통령은 법률가이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1975년에 긴급조치 9호로 막 밀어버리고 민주화운동이 막 벌어지고 그랬을 때 박정희 정권이 어떤 법률을 만들었냐면 형법 104조 2항이라는 게 있었어요.
외국인에게 한국의 헌정 체제, 그때 당시 유신체제죠. 이거에 대해서 비판하는 얘기를 하거나 그러면은 구속하도록 돼 있어요. 그것을 국가 모독죄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거죠.
그래서 나 자신이 그것 때문에 구속이 됐었어요. 그런데 지금 비슷한 그런 경우로 가는 것 같아요.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거나 이러면은 특히 언론에 대해서 '그러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 이런 협박을 하고 있는 거예요. 굉장히 불길해 보입니다.
언론인들이 조금 더 이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태를 그냥 좌시할 경우에는, MBC가 저렇게 고립되거나 그래서 마치 그 사람들이 정말 국익을 해친 언론처럼 국민들한테 비치고 하도록 언론 자신이 방치해서는 안 될 거예요.
유신체제 당시에도 박정희 군사독재가 검사들을 앞에 세워서 검사들로 하여금 국민들을 탄압하도록 그렇게 했어요. 외국인 선교사나 외국인 외신기자들이나 이런 사람들 만나는 거를 감시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그런 것을 국익을 앞세우면서 했어요. 국익을 앞세우면서 대통령이나 유신체제 이것이 그걸 지키는 거의 국익이라고 그랬어요.
Q.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한 아쉬움도 성명에서 나타냈습니다.
A. 왜 이렇게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의사가 비록 그런 것이라도 그것을 "아니오 이렇게 하면 큰 부작용이 생깁니다"라고 왜 얘기해주는 참모들이 없냐 이 말이죠.
거기도 언론계 출신이 많아요. 지금 비대위원장하고 있는 정진석 위원장도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MBC에서 유능한 기자였습니다. 그 밖에도 거기 언론계 출신이 굉장히 많아요. 뭣들 하고 있어요. 정말, 그 사람들이 국익을 해치고 있는 거예요.
왜 그 비싼 고위직 봉급 타고 국익을 위해서 일해야 할 사람들이 대통령의 고집이나 이런 것에 휘둘려가지고 할 말도 못 하고. 이러면 그것이 헌법을 잘 존중하고 지치는 겁니까? 국익을 지키는 겁니까?
Q. 대통령실에게 바라는 바는?
A. 저는 대통령 사과하고 MBC 기자 다시 비행기에 태우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으면 대통령 자신이 이번에 국익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일이 될 거예요. 왜냐? 외신들이 쳐다보지도 않을 테니까. 명심하라고 그러세요.
저희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지난날 유신체제나 5공 독재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원로 언론인 단체입니다. 정치 권력에 의해서 내침받은 그런 언론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저희들은 이제 더 이상 권력의 오만 독선 때문에 알릴 사실을 알리는 언론인들이 피해를 당하는 꼴을 안 봤으면 좋겠어요. 114명이 동아일보에서 대량 해직을 당했잖아요. 그리고 또 감옥 가고 뭐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살았기 때문에, 우리 후배 언론인들이 또 그런 일을 당하고 그러는 걸 못 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