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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후 복직하려니…400km 먼 곳 발령, 결국 퇴사

<박찬범 기자>

두 아이의 아빠이자 부산에 거주하면서 롯데쇼핑에 다니는 40대 남성 직원이 있습니다.

최근 육아휴직을 마친 다음 복직을 했는데 이곳에서 차로 5시간 거리, 약 400km 떨어진 서울의 한 지점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육아 휴직을 쓴 것에 대한 불이익을 준 거 아니냐, 이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소속 42살 남 모 씨는 지난 8월 육아휴직 뒤 복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직 예정일 8일 전, 인사 담당자로부터 서울로 발령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사 담당자 (8월 19일 통화 (복직 전)) : 폐점이 14개 점포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자리가 나 있는 데가 중계점이거든요.]

[남 씨 (8월 19일 통화 (복직 전)) : 중계점이 어디입니까?]

[인사 담당자 (8월 19일 통화 (복직 전)) : 서울이요. 서울.]

회사는 의정부에 있는 관사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남성 직원들이 아파트 방을 하나씩 쓰는 방식이라 아내와 두 아들이 같이 살 수 없었습니다.

주말부부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

[남 모 씨/전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근로자 : 조직 문화 자체가 생각해 주겠다, 이런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요. 그냥 일방적인 통보였습니다.]

남 씨는 베트남인인 아내가 홀로 4살, 5살 두 아들을 챙기는 건 어려운 일이라 생각해 고민 끝에 지난달 14년째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남 모 씨/전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근로자 : 아이를 낳은 게 죄인가, 내가 결혼한 게 죄인가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성에 대한 배신감이 정말로 허탈하고 이제는 내 가족을 생각해야 한다 해서 그렇게 결심을 하였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 씨는 사측이 이 법을 위반한 거라며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근로감독관은 양측 조사 일정 잡고 있다면서, 위반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진아/공인노무사 : 복귀 자리가 서울로 마련이 되면서 생활상의 불이익이 굉장히 커진 상황으로 보여요.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면 서울로 발령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사유로 발생이 된 상황인 것 같아요.]

정규직 1천300여 명의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측은 복직 시점에서 남 씨가 근무할 수 있는 곳은 서울 중계점이 유일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 씨의 육아휴직 사용과 이번 인사는 무관하다면서 불이익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양지훈,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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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은 궁금증, 박찬범 기자와 더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Q. '불리한 처우' 판단 기준은?

[박찬범 기자 : 마침 4달 전에 대법원에서 육아휴직의 불리한 처우, 기준이 뭐냐. 판례가 나왔습니다. 이걸 보면 기준을 좀 알 수가 있는데요. 마침 지난 2010년에 한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마친 다음에, 전보다 낮은 직급으로 부당 발령이 나자 이것에 대해 부당 전보 구제신청을 했고, 이 사건에 대한 판결문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사측, 이번과 같은 롯데쇼핑이었습니다. 이 대법원은 부당 전보가 맞다면서 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한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가 뭔지 판단할 기준을 크게 두 가지 내놨습니다. 같이 보시면 첫 번째는 업무상, 경제상 불이익입니다. 두 번째는 복직 시 맡게 되는 업무나 직무가 전과 비교해 생경함, 두려움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서울로 갔을 경우, 주말부부로 생활하게 되면서 경제적 불이익이 있는지 또 부산, 경남에서만 근무해 왔던 남 씨가 서울에서 느낄 생경함과 두려움이 인정되는지에 따라 이 사측이 법이 금지한 불리한 처우를 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Q. 고용부 조사 진행 중?

[박찬범 기자 : 특별사법경찰관이기도 한 근로감독관이 남 씨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게 맞다, 인정이 된다고 하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불리한 처우를 한 게 인정된다고 판단해서 검찰에 넘길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유죄가 나오면 사업주에게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천만 원 이하의 형사처벌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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