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Fun 문화현장]
<앵커>
이어서 문화현장입니다. 아름다웠던 순간과 행복했던 기억들은 시간 속에 축적되며 멀어져 갑니다. 그 기억을 끄집어내 캔버스 위에 색채의 향연을 펼칩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Space and Memory : 내 삶의 변주곡 / 11월 17일까지 / 갤러리 마리]
붓 자국은 넓지만 길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툭툭 끊어지는 듯 절제된 붓질의 흔적이 가로 세로로 교차하며 아스라한 기억의 단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푸른 바다를 머금은 아침 햇살 역시 호흡은 길지 않습니다.
수면에 부딪쳐 부서진 빛은 물 아래 감춰진 감각들까지 온전히 드러냅니다.
[황찬수/작가 : 색의 농담의 그 차이를 폭넓게 가져감으로써 그런 깊이의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품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깊이입니다.]
두텁지 않은 마띠에르지만, 물감의 농담 차이로 화면은 깊어지는 것입니다.
수많은 관계와 거기서 비롯된 순간들이 담담한 붓질을 통해 색채의 향연을 펼치면, 스러져가던 기억은 활기차고 아름답게 부활합니다.
[황찬수/작가 : 메모리라는 것은 있었던 사실에 개인적인 감정이 거기에도 좀 더해져서 편집된 그런 개인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감동, 추억 같은 기억 속 순간들은 어느 한순간, 특정 공간에서 벌어진 뚜렷한 현실이었습니다.
작가는 과거의 구체적인 현실을 그대로 복원하는 대신 추상적 붓질로 승화시킵니다.
[황찬수/작가 : 일반적으로 인지되는 그런 구체적인 형상이 느낌을 방해하고, 그다음에 표현을, 제가 하고자 하는 그 표현을 제한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억 속 남겨진 흔적과 그리움을 시각적 자유로 해방시키며 삶의 변주곡을 써나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