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 법령에서 핵무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고 규정하고,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되도록 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외부의 공격에 의해 위험에 처하게 될 경우 핵보복이 즉각적으로 이뤄지게 함으로써 김정은을 공격할 엄두를 못 내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또 이 법령에서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김정은에 대한 공격은 핵 공격이든 재래식 공격이든 상관없이, 또 실제 공격이 이뤄지기 전에 그럴듯한 징후만 보여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김정은에 대한 공격 시도는 핵보복을 불러올 것인 만큼 엄두도 내지 말라는 뜻으로, 그동안의 핵무기 개발 의도가 김정은 안전보장에 있었음을 아주 솔직하게 시인한 것입니다.
'북한 핵보유'는 김정은 안전 위한 것
북한 핵무기가 북한이라는 나라의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라면 북미 수교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같은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를 통해 해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문제라고 북한이 주장해오고 있는 만큼, 북한이 느끼는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을 완화시켜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고 비핵화의 해법을 모색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핵무기가 김정은의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라면 조금 얘기가 달라집니다. 김정은, 즉 김일성 일가의 절대권력 유지가 북한의 최우선 목표라면 북한의 대외개방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극단적으로 우상화, 신격화된 김일성 왕국은 대외 개방이 이뤄져 외부 정보가 유입되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같은 것을 만들어 외부정보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외부정보 유입이 체제에 가장 큰 위해요소라는 것을 북한이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려 한들 북한이 호응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일가의 왕국을 유지하기 위해 폐쇄 체제를 유지해야 하고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북한 체제의 경직성'
북한이 공세적인 핵무기 사용을 공언한 이상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철저하게 현실론에 입각해 안보에 빈틈이 없게 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 비핵화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지만 현실적인 대북정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수립되어야 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남북이 계속 고도의 긴장상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북한 핵무기는 이제 '뉴노멀'이 된 상황이고 우리로서는 좋든 싫든 여기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유엔의 대북제재를 상수로 인정하고 남북관계에 목을 매지는 않되 북한과 할 수 있는 것은 한다는 '쿨'한 관계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