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일) 합참은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최영함 교신 두절) 상황 발생 당시 해작사(해군 작전사령부)는 합참으로 상황 보고와 지휘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해군이 합참에 전혀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정확히 따지면 상황 보고와 지휘 보고는 안 했지만, 참모 보고는 했습니다. 합참의 발표는 해군이 안 한 것(상황 보고와 지휘보고)만 강조하고, 한 것(참모 보고)은 쏙 뺐습니다.
합참 작전본부장은 해군의 참모 보고를 받아서 교신 두절을 사후 인지했는데 합참의장에게 알리지 않은 난처함을 모면하려는 합참의 얕은 수가 읽힙니다. 책임은 해군에 떠넘기고 혼자 뒤로 빠지겠다는 비겁함도 엿보입니다. 군인답지 않습니다. 각 군의 작전과 훈련을 관장하는 군의 큰 어른 합참이 못난 짓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군은 합참에 보고했지만…
"상황 발생 당시 해작사는 합참으로 상황 보고와 지휘 보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상황은 최영함이 태풍을 피해 항해 중에 발생한 근무 기강 사안으로 인식하여 상황 발생 당일 해군작전사령관이 해군 참모총장에게 지휘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작사는 전비태세검열실에서 상황 발생 당일부터 관련 부대를 대상으로 당시 상황과 보고 체계 등 전반에 대해 점검 중이며, 결과에 따라서 엄정하게 조치할 것입니다."
해군이 합참에 상황 보고와 지휘 보고를 안 한 것은 맞습니다. 대신 참모 보고를 했습니다. 해군 작전사령관이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자초지종을 알린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합참은 어제 브리핑에서 참모 보고 사실은 말하지 않았고, 상황 보고와 지휘 보고의 부재만 부각했습니다.
"해군의 합참 보고는 없었다"는 인식을 심으려는 의도가 역력했습니다. 합참의 한 장교도 "지휘부는 해군의 보고가 정상적이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와서 들은 것을 안 들었다고 한들 합참 지휘부의 마음이 편해질지 모르겠습니다.
우산이 돼주지 못할 망정…
아니나 다를까 "해군이 합참에 보고도 안 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덕분에 합참은 한숨 돌렸고, 해군은 군색해졌습니다. 합참 작전본부장은 해군 작전사령관의 참모 보고를 통해 인지했지만 합참의장은 알지 못했던 굴레에서 빠져나올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해군은 보고 안 한 오합지졸로 낙인찍혔습니다. 합참도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했을 것입니다.
최영함의 교신 두절은 최영함의 명백한 실책입니다. 통신이 잘 안 되는 음영구역으로 접어들었을 때 적절한 조치를 안 했으니 핑계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안보에 구멍이 뚫린 사건도 아닙니다.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단단히 갈무리해서 전·평시 음영구역 교신 두절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을 삼으면 됩니다. 야당이 "심각한 안보 공백", "경천동지할 일"이라고 목청 높여도 합참이 해군 추스르며 차분히 대응해 연착륙시킬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합참은 야박했습니다. 우산 펴서 비를 막아주지 못할망정, 흠뻑 젖은 휘하의 군을 우산 꼭지로 밀쳐낸 격입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취임 한 달도 안돼 각박한 리더십을 보여줬습니다. 영악하게 자기 보신에 진심인 합참의 명령을 육해공군, 해병대가 성심성의껏 따를지 의문입니다. 군대, 이렇게 굴러가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