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던 베트남 남성이 두 달 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 뒤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을 하고도 몇 달 동안 돈을 받지 못해서 그동안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지, 박세원 기자가 취재한 내용 먼저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영정사진 속 말끔한 정장 차림의 한 남성.
베트남인 노동자 A 씨는 지난해 7월,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시작했습니다.
고향의 아내에게 보낼 생활비와 자신의 폐병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셋째 달부터 임금이 끊겼습니다.
[A 씨 동료 : (A 씨가) 3일에 한 번씩은 계속 전화를 했어요. 몇 번 찾아가서 돈 달라고 돈 달라고 했는데….]
밀린 임금 300만 원을 달라고 8개월 가까이 이곳저곳 호소하다 결국 지난 5월 베트남으로 돌아갔습니다.
A 씨는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다 지난달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득푸/A 씨 동료 (베트남인) : 그 사람(A 씨) 와이프가 힘들어해서 제가 매일 (사장에게) 부탁했어요. 돈 좀 먼저 돌려달라고요.]
이 현장에서 A 씨처럼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은 32명, 임금체불액은 1억 1천700만 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29명이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득푸/A 씨 동료 (베트남인) : 우리 직원들이 (임금 지불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업체 대표 : 너희들이 얼마나 기다리든 안 기다리든, 너희들이 나한테 그렇게 해야 돼?]
이들이 체불 임금을 열 달이 지나도록 못 받으면서도 속수무책이라고 느끼는 것은, 대부분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청이나 지자체에 알렸다가 혹시 추방당할까 두렵습니다.
또 불법 체류 신분이다 보니 고용주와 맺은 계약서도 없습니다.
[A 씨 동료 : (외국인들은) 받더라도 다 못 받아요. 이래서 까고, 이래서 적게 주고, 계속 '기다려라, 기다려라' 이 친구들 보면 되게 안타깝죠.]
해당 업체는 취재진에게 "원청 건설사가 대금을 안 줘 생긴 일이라며 받으면 체불 임금을 주겠다"고 말했고, 원청 건설사는 "자금 사정이 좋아지면 공사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김경연, CG :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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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세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불법 체류 신분 '걸림돌'
[박세원 기자 : 불법 체류자인 것을 들키면 추방을 당할까 봐 두려워하게 되는데요. 제가 만난 분들은 추방을 각오하고 노동청에 찾아간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사측과 노동자 측의 일용직 노무대장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일용직의 인적사항과 함께 일한 날짜와 일당을 기록해놓는데요. 불법 체류 신분이라서 취업 비자가 있는 대표자 한 사람이 받은 돈을 분배해왔기 때문에 회사 측 대장에 기록이 제대로 안 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이 노무대장부터 정리를 해오라고 노동청에서도 돌려보내는 실정입니다.]
Q. 돈도 못 받고 추방되나?
[박세원 기자 : 그렇지는 않습니다. 불법 체류자여도 노동자로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밀린 임금을 받을 때까지 추방당하지도 않습니다. 노무사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용승현/노무법인 이산 노사관계연구원장 : 임금 체불 건이 다 해결이 되면 그때 사후에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한다. 내부 업무 지침은 그렇게 돼 있어요.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출입국 사무소에 먼저 가기도 해요. (체불 임금을) 최대한 먼저 처리해주게끔.]
[박세원 기자 : 또 '간이대지급금'을 노동청에 신청하게 되면 체불 임금 중 일부라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국가가 노동자에게 체불 임금을 먼저 주고, 고용주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신청하려면 앞서 말씀드린 노무대장이 필요한데, 기록 불일치 같은 문제는 노무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또 불법 체류자여도 고용주를 노동청에 고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