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농산물 수출 제한에 나서는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와 식품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거의 모든 대륙에서 밀, 옥수수, 식용유, 설탕에 이르기까지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국가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습니다.
워싱턴DC 소재 국제식량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6개국이 식품이나 비료에 대해 전면 수출 금지 또는 특별 인허가 절차를 신설 등의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극심했던 2008년 한 해 동안의 33개국에 육박하는 숫자이며, 이중 23개국은 현재 수출 규제를 지속하는 상태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당시 각국의 백신·의료장비 등 수출 제한 조치로 이미 금이 간 자유로운 국제무역 기조가 농산물 수출 제한으로 더욱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국이 상품의 원활한 이동을 막으면 결국 물가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식량가격을 나타내는 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58.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뛰어올랐습니다.
육류 가격은 17%, 밀 등 곡물 가격은 34%, 식물성 기름은 46%나 급등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맞서 여러 국가는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분노를 달래고 국내 공급 확대를 위해 식품 수출 제한에 나섰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23일 전쟁 여파에 따른 자국 내 닭고기 가격 급등을 이유로 다음달부터 월 360만 마리의 닭고기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세계 최대 식용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자국 내 식용유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팜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가 25일 만에 재개했고,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밀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레바논은 아이스크림과 맥주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그러나 과거의 경험상 이런 식품 수출 제한은 국제 식품 가격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수출 제한으로 각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물가를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농민들이 국내외에서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작물로 바꿔 재배하거나 생산량을 줄이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