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돌아갔던 길인데"…청와대 활짝 열린 첫날 '이야!'

"아침에 나서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어젠 잠도 제대로 못 잤다니까요."

오늘(10일) 청와대 문이 시민들에게 활짝 열린 첫날 춘추문 앞에서 만난 김 모(74) 씨는 기대감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청와대 개방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열릴 거라는 상징 같다"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이며 웃었습니다.

새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청와대는 오늘부터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됐습니다.

정식 개방 기념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9시 30분쯤부터 청와대 인근을 먼저 돌아보려는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나들이복과 꽃무늬 모자로 멋을 낸 어르신들은 춘추관에 마련된 현장 등록 데스크로 들어가면서 연신 '이야!'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청와대 관람에 앞서 북악산을 먼저 찾았다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북악산도 청와대 권역이 시민 품으로 돌아오면서 54년 만에 완전히 개방됐습니다.

아내와 등산복을 맞춰 입고 온 강동구 주민 김 모 씨는 "청와대 관람이 오후 2시 타임인데 북악산 먼저 타고 내려오려고 좀 일찍 왔다"며 등산 스틱을 들어 보였습니다.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들도 '오늘만큼은 동네가 새롭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삼청동 주민 김 모(43) 씨는 편안한 옷차림으로 동네 친구들과 '청와대 마실'을 나왔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중학교 때부터 여기 살았는데, 청와대 쪽으론 못 가고 매번 돌아가던 길을 오늘 처음 걸어본다"며 "주민으로서는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게 시원섭섭하다"며 웃었습니다.

다른 주민 민 모(82) 씨는 "대통령이 있으니 인근에 경찰이 많아, 혼자 살면서도 안심할 수 있었다"며 "이제 사람들이 수도 없이 몰릴 텐데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주변 상권은 '청와대 특수'를 기대하며 들썩이는 분위기입니다.

영업을 준비하던 삼청동 카페 사장 윤 모(65) 씨는 "오늘 개방 첫날인데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오겠지"라며 쉴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윤 씨는 "요즘은 자다가도 웃는다"며 "청와대만 한 관광지가 없잖나. 앞으로도 많이 올 텐데 이 인근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들 좋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