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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낳은 비대면 진료…합법이냐 불법이냐 그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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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먹고 싶을 때,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또는 전화를 통해 진료를 요청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2022년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약 400만 명이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가 가능하게 한 새로운 모습인데요.

지난 2020년 2월부터 이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졌습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한시적 비대면 진료' 조항이 생겨난 결과입니다.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 이상이 될 때, 환자와 의료인 및 의료기관 등을 감염의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의료인은 유선·무선·화상통신 등을 활용해 진단, 상담, 처방을 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이런 조건'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 즉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 의료는 불법입니다. 즉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에서 하향해 경계, 주의, 관심 단계가 된다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없습니다. 본격적인 일상 회복이 시작되고 실외에서는 이제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진 만큼 이 위기 경보도 곧 해제되는 상황이 오겠죠. 그럼 지금까지의 비대면 진료를 모두 없던 일로 되돌려야 할까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의원을 찾았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지난 3월 문을 열었다는 이 의원으로 가는 길, 흔히 보였던 병원 간판이 의원이 입점해 있는 상가 건물 바깥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우연히 병원 직원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찾아간 그 곳은 개원 이후로 비대면 진료를 전문으로 해오던 곳입니다.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조건은 모두 갖춘 채로 운영되고 있는 이 의원, 언뜻 보면 내부 진료실은 일반 기업 사무실과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이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의선 원장은 지난해 초까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서 쉬고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현장을 떠나 있는 게 마음이 불편했다고 하는데요. "비대면 진료라면 개인의 건강과 진료를 양립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이 의원을 준비해 열었다고 합니다. 대면 진료를 위해 온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돌려보낸 적은 없는데 실제로 찾아오는 환자가 지금까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진 코로나19 환자가 대부분이었다는데요. 격리 환자뿐 아니라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 누나가 지적장애가 있어서 데리고 외출을 하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씌우는 것부터 전쟁인데 이렇게 중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런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말씀해 주신 분도 있었고요." 최근에는 코로나19뿐 아니라 탈모약, 여드름약 등 다른 질환 진료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비대면이라는 환경에서 환자를 보고 처방하는 게 불안하진 않은지'를 묻는 질문에 이의선 원장은 "불안할 때가 있다"며 "환자가 평소 젊고 건강하셨던 분이라면 감기약 정도는 크게 걱정 없이 처방을 할 수 있을 때가 많은데 고령 환자나 원래 기저 질환 있는 분들이 전화 주셨을 때는 걱정되는 부분이 많아서 통화가 길어진다"고도 말했습니다.

사실 이런 우려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비대면 진료, 즉 원격 의료를 실시했을 때 3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들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거나 의료진의 오진으로 인한 환자의 부작용 등을 우려해 의료계는 그동안 원격 의료에 결사 반대해왔습니다. 2020년 4월에만 해도 최대집 당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비대면 진료 육성책을 가리켜 "의료를 도구로 삼아 기업적 영리를 추구하려는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습니다. 정부에서도 거듭 시범사업 등을 추진해왔지만 전향적인 변화는 없었죠. 그런데 2022년 조금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지난달 24일 대한의사협회 총회에서 비대면 진료는 동네 의원 같은 1차 의료기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결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우선 비대면 진료가 굉장히 중요한 의료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이사는 "더 이상 의료계가 반대만 하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가 되면 안 된다, 의료계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표명하였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현재의 의사협회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플랫폼(예컨대 어플) 진료에 대해 무조건 다 좋다는 건 아니라는데요. 박 이사는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한 의사가) 별로 마음에 안 들면 또 클릭해서 다른 의사들을 볼 수가 있고 이걸 닥터쇼핑이라고 한다"면서 이 진료비용이 건강보험료에서 나가게 된다는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비대면 진료의 또 다른 한 축을 살펴볼까요? 바로 약 배송입니다. 격리된 환자, 혹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경우라면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 나서 약 처방을 받고 약을 타러 가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이 때문에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시작되고 난 뒤 약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약국도 등장했습니다. 진료를 마친 의사가 팩스로 처방전을 약국에 전송하면, 이를 확인해 환자의 주소로 약을 배송하는 서비스만 하는 겁니다.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들고 약을 타러 오는 환자들에겐 사실상 문이 열려 있지 않은 셈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도 상가 건물 바깥에서는 그곳이 약국임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시민들이 처방전을 들고 찾아오는 흔히 보는 약국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약국의 등장을 바라보는 대한약사회의 입장은 어떨까요? 대한의사협회와는 아직 온도 차가 있는데요,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팩스 처방이라는 게 개인정보 보호 절차도 작동이 되지 않고 있고, 약국 내에서 누가 조제를 했는지 배송하는 과정에서 의약품이 어떻게 품질 관리가 되는지, 처방전을 (온라인으로) 접수받는 과정에서 담합이나 독점은 없는 건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원격 의료'라는 이름으로 보건의료계에서는 꾸준히 뜨거운 화두였던 비대면 진료, 이제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일상 회복 시간이 돌아오면서 새로운 변화냐 (합법화냐) 혹은 과거로의 회귀냐 (여전히 불법) 이런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지난 2년 여 동안 누적 400만 명이 넘는 국민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건수 기준)이 이를 경험했고, 수많은 의사와 약사들도 이 진료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이제는 비대면 진료도 '디지털 헬스 케어' 시장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도 제도화, 즉 합법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우리나라 의료진과 환자의 만족도를 연구한 최초의 논문 한 편을 참고해보겠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병원이 폐쇄되자 비대면 전화 진료를 진행했습니다. 이 당시 의료진과 환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등 조사를 한 건데요. 의료진의 만족도는 49.7%였는데 환자 만족도는 86%로 그 차이가 컸습니다. 논문을 발표한 박형열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환자들은 어쨌든 전화 진료를 통해서 약을 처방받고 의사와 대화를 하고 만족도가 높은 반면에 의료진은 의사소통이라든지 환자 상태를 파악한다든지 많은 제한점이 있었"던 것을 그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비대면 전화 진료의 대상이 된 환자들은 이미 은평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봤던 환자들이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상태가 안정된 환자'라는 조건이 있었고 따라서 응급 환자라든지 초진 환자는 제외가 됐었다는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박형열 교수는 비대면 진료의 미래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내놨습니다. 우선 비대면 진료, 원격 의료가 대면 진료를 완전히 대신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감염병 등 문제가 또 생길 수 있고 여러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분명히 순기능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런 만큼 초진이 아닌 재진 환자, 혹은 응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만성 질환자에 한정한다는 방식으로 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의료진의 만족도가 크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겠죠. 전화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으니 영상이 반드시 첨부가 돼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도 민주당 강병원, 최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섬이나 벽지에 있는 환자, 최소 1번은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 만성질환자 등에 대해서만, 또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는 등의 내용입니다.

정부는 오늘(4일) 6개 의약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개최합니다. 보건의료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제까지 계속해서 열려 오던 협의체인데, 이번엔 비대면 진료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 것을 이곳에서 논의한다고 합니다. 비대면 진료,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게 될까요?

(구성 : 박하정 이미선 / 영상취재 : 김승태 / 편집 : 홍경실 / 디자인 : 서현중 안지현 전해리 조현서 / 제작 : SBS D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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