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주요 대선 후보 4명이 참여하는 TV토론이 오늘(3일) 테이프를 끊게 됐군요. 지상파 방송3사가 주관하는 토론회이고요, 여기에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토론회가 3번 예고돼 있으니까 4자 TV토론은 적어도 4번 열리게 되죠. 선거가 한 달여 남았고 그동안 맞토론을 놓고 줄다리기 끝에 무산된 만큼 이번 토론에 관심이 높아졌죠. 그래서 선거의 변수라고들 하는데요, TV토론이 유권자들의 투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부동산·외교안보 등 공방…룰 까다로워 맹탕되나?
토론 시작과 끝에 후보 4명이 각각 30초씩 모두발언과 마무리 발언을 하고요, 토론 중간에 사회자의 공통질문이 2차례 이뤄지는데 후보들이 각각 30초씩 단답형으로 답변할 수 있게 돼 있죠. 공정한 진행을 위해 토론의 룰이 이처럼 세세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요, 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TV토론도 룰이 비슷하겠죠.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가 1명씩 초청해 대담식 토론을 한 것과는 많이 다르죠. 그래서 '맹탕 토론'이 될 거라는 우려도 있고요, '삼프로 TV' 토론과 달리 주요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치열한 공방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네요. 서로의 공격과 방어를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죠.
토론 앞두고 열공하는 후보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성남지사와 경기지사를 지낸 행정가의 면모를 부각할 것으로 예상되죠. 실행력이 있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되, 강성 이미지를 탈피하고 안정감 있는 '경제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해요.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 공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많이 나왔고, 이 후보로서는 확장성이 당면 과제이기도 하거든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네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론이 50%를 넘는 상황인데요, 윤 후보 지지율을 보면 정권교체 여론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 공격적으로 검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장동 의혹이나 이 후보 아내 김혜경 씨에 대해 최근에 제기되는 의혹을 공격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양강 후보의 퍼주기 공약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책 공약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이고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양강 기득권 정당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네요.
지난 대선 때 토론 1등은 심상정
투표장의 표심은?
다시 한국정치학회의 연구를 볼게요. 응답자의 29%가 후보자 TV토론 시청 후 지지 후보에 변화가 있었다고 했는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토론회를 보고 지지후보 바꿨다는 응답이 19.7%, 지지후보 없었는데 TV토론 보고 생겼다는 응답이 9.3%였네요.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 TV토론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거죠. 후보자 토론회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무려 95%에 달했고요.
이번 선거에서 TV토론 영향력은?
누구에게 표를 줄지 마음을 굳힌 유권자에게는 TV토론이 큰 변수가 아닐 수 있죠. 정치 진영이 양극화되고 공고해질수록 더욱 그럴텐데요. 미국에서도 2016년 대선 때 힐러리가 3차례의 토론에서 모두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트럼프가 승리했죠. 유권자들은 TV 토론의 승패와 상관없이 이미 자신이 어느 후보를 뽑을지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인데요, 이번 우리 대선은 어떨까요?
이번 대선에서는 TV토론이 변수가 될 거라고 보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은 비호감 후보 간 대결이고 진영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에 TV 토론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죠.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이재명 후보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하고 보수 성향의 유권자 또한 윤석열 후보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현상이 있다는 거죠. 두 번째로는 첫 번째와 연장선에 있는 얘기이지만, 아직도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TV토론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죠.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를 보면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이 23.8%에 달했거든요. 특히 스윙보터라고 할 수 있는 2030표심이 막판까지도 바뀔 수 있다는 점도 TV토론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고요. 세 번째는 양강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기 때문에 TV토론이 변수라는 의견이죠. 토론을 잘하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말 실수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죠.
1. 이 글에 인용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
2. 참고문헌: 한국정치학회,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효과 분석 연구",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