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강은 '공식적으로'는 얼지 않았습니다. '한강 결빙'이 선언되려면 좀 더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한강의 공식 결빙을 위한 조건
같은 지침에 관측장소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부산, 울산, 대구, 포항 등 각 지역별로 결빙과 해빙을 관측하는 장소가 나와 있는데 한강의 관측장소는 '한강대교의 노량진 쪽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에서 상류 쪽으로 100m 부근의 남북 간 띠 모양의 범위"입니다. 수도권의 서호천은 '서호천의 상류지점인 서둔교의 첫 번째 교각의 하류 20m 부근의 남북 간 띠 모양의 범위"입니다.(서호천은 수원에 있습니다.) 이 관측장소가 '결빙'이어야, 다시 말해 얼어서 물이 들여다 보이지 않아야 공식적으로 언 것입니다.
관측 이래 한강이 안 얼었던 건 여덟 번뿐…올해도?
박정민 기상청 예보관은 "한강 결빙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채로 며칠 동안 지속되고 낮 기온도 영하권에 계속 머물고 바람은 좀 적게 불어야 한다"면서 "지금 중기예보를 봐도 그런 날이 없을 것 같아서 올해는 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만 한강이 (공식적으로) 얼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한강 결빙은 1906년부터 관측이 시작됐는데 가장 최근인 2019년에도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는 1960, 1971, 1972, 1978, 1988, 1991, 2006년까지 8차례 한강 결빙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15년 동안 단 8번입니다. 만약 올해까지 한강이 얼지 않았다는 게 확정되면 모두 9차례로 늘어나게 됩니다.
지구 온난화로 한강도 덜 어는 것? 그건 아직 좀…
이를 지구 온난화와 연결지을 수 있을까요.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한강 결빙 자체가 줄고 있다, 한강이 얼지 않는 해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장 몇 년 사이로 '한강 결빙'이 있거나 없다고 해서, 그걸 두고 한반도가 더워지고 있다는 식으로 곧바로 연결 짓는 건 어렵다는 겁니다. 세계기상기구는 기후평년값을 산출할 때 30년 기간을 평균해서 냅니다. 그리고 그걸 10년 주기로 업데이트합니다. 그 정도 기간은 살펴봐야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는 거죠.
데이터 하나를 참고로 살펴보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국가기후데이터센터(data.kma.go.kr)에서 결빙일수를 찾아봤습니다. 그 중 서울 지점 결빙일수를 보면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평균 연 결빙일수의 합계는 107.7일인데 최근 10년 합계는 102.7일, 최근 5년 합계는 101.2일입니다. 결빙일수가 조금씩 줄고 있는 것 같죠? 반가운 마음에 경기도 수원 지점의 결빙일수를 찾아보니 역시 1991년~2020년 30년 평균 연 결빙일수의 합계는 113.5일인데 최근 10년 합계는 111.5일, 최근 5년 합계는 114.8일이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한강도 덜 얼고 있다! 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애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