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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못 채우고 쫓겨난 황무성…대장동판 '블랙리스트' 되나

임기 못 채우고 쫓겨난 황무성…대장동판 '블랙리스트' 되나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성남시 측의 압박을 받아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하면서 최종 지시자가 누구냐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취록 내용과 정황들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지시자로 가리키지만,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고 시민단체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오늘(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이 공개한 2015년 2월 6일자 녹취록에서 유한기 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사장님 이렇게 하란 얘기는 진즉에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이) 복귀할 때부터 나온 얘기"라며 사퇴를 종용했습니다.

황 전 사장이 "그러면 시장님 허가받아오라 그래"라며 버티자 유한기 본부장은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대신. 시장님 얘깁니다.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라며 답답해합니다.

황 전 사장이 다시 "유동규를 만나서 얘기해 봐야지, 내주에 내가 해줄게"라고 말하자 유한기 본부장은 "오늘 해야 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어느 누구 다 박살납니다. 아주 꼴이 아닙니다"라며 사직서 제출을 압박했습니다.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취록에 '시장님'은 7차례, '정 실장'은 8차례 등장하는데, 황 전 사장은 여기서 거론되는 정 실장이 이재명 당시 시장의 최측근이던 정진상 정책실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황 전 사장은 어제 언론 통화에서도 사퇴를 압박한 지휘부에 대해 "도시개발공사 지휘부는 나 아닌가. 근데 나를 그만두라고 할 지휘부는 어디겠나"라며 이재명 당시 시장을 말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황 전 사장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왜 그만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화상 퇴임 기자회견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자신의 측근인 정 전 실장의 관여 의혹에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황 전 사장과 그 지시자로 의심받는 이 후보 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사실관계는 검찰 수사로 밝힐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한 시민단체는 이미 이 후보와 정 전 실장, 유동규·유한기 전 본부장 등을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황 전 사장의 중도 사퇴가 현 정부 초기 환경부에서 벌어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2017∼2018년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아내고, 공석이 된 후임 자리에 청와대나 환경부가 점찍은 인물들을 앉힌 혐의로 기소돼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보다 앞서 벌어진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과도 매우 흡사합니다.

2013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을 지낸 노태강 주 스위스 대사는 승마협회를 감사한 뒤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 측근인 협회 임원을 부정 평가해 청와대에 올렸다가 박 전 대통령에게서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됐습니다.

노태강 주 스위스 대사 (사진=연합뉴스)

그는 박물관 교류단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초에는 사표 제출까지 강요받았습니다.

당시 노 대사를 찾아온 문체부 간부는 "산하 기관 자리를 마련해줄 테니 후배들을 위해 용퇴해달라"고 했고 이에 노 대사는 "용퇴할 생각이 없다. 누구 지시인지 솔직히 말하라"고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이 간부는 "장관 윗선의 지시다. 장관도 곤혹스러워한다"며 사표 제출 시한까지 제시했습니다.

결국 노 대사를 '찍어내기'한 혐의(직권남용·강요)로 박 전 대통령은 유죄 판결을 받았고,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직을 강요한 당시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 문체부 장관도 공범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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