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마저 무너지는 무더위인데, 다른 곳에 비하면 도쿄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올여름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에선 이상고온 현상으로 온도가 50℃를 웃돌았다. 곳곳에서 산불이 장기간 이어졌고 고온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이들 지역에 더운 성질을 가진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고온 현상을 장기간 유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압계가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생긴 대류의 변화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 서부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지역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2~3℃ 가량이나 높아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극한의 폭염, 이상기후 등 말 그대로 비정상적인 현상들이 앞으론 꽤나 빈번해질 거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폭염 앞으로 최대 21배 증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는 시나리오(RCP 8.5)에서 극한의 폭염*이 지난 30년에 비해 앞으로 2021~2050년 사이엔 2~7배, 2051~2080년엔 3~21배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을 하더라도 지구 온난화 상황에서 나타날 최악의 상황들이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극한의 폭염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팀은 이상 고온에 더 취약할 지역으론 북미와 유럽, 중국 등을 꼽았다.
*극한 폭염 : 이번 연구에서 극한의 폭염을 평년 기온보다 5℃ 이상 높은 날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현상으로 정의
기후변화 속도 경계해야
하지만 최근엔 양상이 다르다. 과학자들은 2014년 이후부터는 태평양 진동(Pacific Decadal Oscillation)*이 양의 값을 보이고 있어 지구가 기온을 올리는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안 그래도 온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지구마저도 자체적으로 온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향후 10~20년을 위기로 보는 이유이다. 많은 기후 예측 모델들이 이런 매커니즘을 고려해 미래에 어느 수준까지 기온이 상승할지 예측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측 모델의 결과값에 따라 현재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 등의 노력을 하며 다가올 기후변화를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자연 변동성 등의 이유로 우리의 노력이 지구 기온 상승을 막는 데 역부족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 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기상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긍정적으로 보면 지금껏 그 정도의 큰 피해가 없어 다행일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걱정이다. 지구 자체의 온도 시스템마저 지금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더 보수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앞으로의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태평양 진동(Pacific Decadal Oscillation) : 지구의 자연 변동성에는 바다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데, 태평양 진동은 지구가 자연적으로 기온을 높일지 낮출지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
<참고문헌>
E. M. Fischer , S. Sippel and R. Knutti, "Increasing probability of record-shattering climate extremes", nautre climate change(2021) 11, 689–695, doi.org/10.1038/s41558-021-0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