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감독, 비록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그의 '투혼'은 팬들의 마음에 남았습니다. 유 감독이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던 인천 축구장에도 추모 열기가 이어졌습니다.
이정찬 기자입니다.
<기자>
유상철 전 감독이 그토록 돌아오고 싶어했던 인천 축구장엔 추모 공간이 마련됐고, 슬픔에 젖은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조건희/인천 축구팬 : 그 약속을 지킬 줄 알았는데, (돌아오겠다는) 약속 지켜주려고 해주셔서 정말 고맙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19년 10월 자신의 투병 소식을 처음 알린 유 감독은 강등 위기의 인천을 끝까지 책임졌습니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1부 리그 잔류를 확정한 뒤 응원의 목소리를 높인 팬들에게 이제는 병마와 싸워 이기겠다고 약속한 뒤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습니다.
[할 수 있어, 상철! 할 수 있어, 상철!]
이후 팬들에게 돌아갈 날을 그리며 7개월간 13차례 항암 주사 치료를 받았습니다.
[유상철/전 인천 감독 : 주사를 맞으러 가야 하는 날이 오면 도망가고 싶죠. 포기하고 싶고. 약속을 했고, 그걸 지키기 위해서 많이 참고 이겨냈던 것 같아요.]
특히 지난해 3월, 같은 병과 싸우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고통을 참아냈습니다.
[유상철/전 인천 감독 : 저는 13번인데, 어머님은 서른 몇 번인가를 항암치료를 하셨으니까. 그거를 힘들다는 얘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으셨어요.]
이후 기력을 조금씩 회복하며 틈틈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올 들어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며 끝내 마지막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끝까지 포기를 몰랐던 한국 축구의 영웅은 팬들의 마음에 '투혼'을 새기고 하늘의 별이 됐습니다.
유 감독의 열정이 남아 있는 경기장엔 마지막 제자 인천 선수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슬픔 속에 스승을 떠나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