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해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 모 씨와 그 남편에 대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부검을 담당한 의사와 법의학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지금까지 봐왔던 아동 학대 피해자 가운데 상태가 가장 심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김상민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학대인지 아닌지 구분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정인이 사건을 맡았던 부검의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한 말입니다.
2002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약 3천800건의 부검을 했는데, 지금까지 봤던 아동 학대 피해자 가운데 손상이 가장 심했다는 것입니다.
법정에서는 부검을 위해 국과수로 옮겨졌을 당시 모습이 처음 공개됐는데, 온몸이 골절과 멍으로 뒤덮여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장간막 파열과 함께 직접적인 사인으로 꼽히는 '췌장 절단'의 경우 사망 며칠 전부터 이미 심한 손상을 입었다가 숨진 당일 추가로 강한 외부 힘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또 다른 증인으로 참석한 법의학자는 췌장 등이 절단되려면 등과 허리가 한 면에 고정된 상태에서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증인들은 양부모 측 주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사망 당일 아이를 떨어뜨려 의자에 부딪히게 하거나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해서 췌장 절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의학적으로 낮다고 본 것입니다.
법의학자는 또 아이에게 치명적 손상이 있었다면 모를 수가 없는데, 이후로도 여러 번 학대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양어머니 장 씨가 아이의 사망 가능성을 알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7일로 예정됐는데, 부검 재감정을 한 대학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원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