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파주소방서는 브리핑에서 "전신에 액체가 노출돼 CPR을 하며 병원에 이송됐다. 조금 전 맥박이 돌아왔다고 보고됐다"고 했습니다.
# 당시 사고 현장 관계자
-제가 듣기로는 뿜어져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어쨌든 뿜어져 나오면서 그게 폭포처럼 밑으로 떨어졌을 정도면은 쫄쫄쫄 흐르는 게 아닌 이상 터졌…뿜어져 나왔으니까 그렇게 밑으로 폭포처럼 떨어졌을 거 아니에요.
하지만 사고 발생 오늘(22일)로 40일째, 협력업체 직원 최 모 씨와 이 모 씨는 여전히 의식 불명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습니다. 이외에도 5명이 경상을 입었습니다. 이들이 속한 협력업체들은 사고 일주일 전인 1월 5일부터 파주 8공장 MR(machine room, 기계실) 5층에서 유휴설비인 PHOTO 6호기 교체 및 배관 개조 공사를 맡았습니다.
SBS 취재진은 지난 1월 13일 사고가 발생한 이후 3주간 각 관계자들을 접촉해 이날 사고 경위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월 8일 ① 사고 전 여려 협력업체 직원들이 LG 디스플레이 측에 "배관이 열려 있으니 잠가 달라"며 수차례 요청했다는 내용( ▶ [단독] 사고 전 "배관 잠가 달라 여러 차례 요청")과 ② 의식 불명 상태인 최 씨와 이 씨 등 당시 협력업체 직원들이 사고 후 누출된 화학물질을 닦느라 노출된 화학물질을 제때 세척하지 못했고 결국 쓰러진 채 발견됐다는 정황( ▶ [단독] "독성물질 뒤집어썼는데, 바닥 닦으라 했다")을 파악해 보도했습니다.
이 날의 사고는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청문회에 앞서 당시 사고에 대한 의문점과 밝혀져야 할 부분 그리고 저희들의 취재 내용을 전해보겠습니다.
● 사고 현장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 배관의 밸브 열려있었나
누출된 화학물질의 양은 500L가량입니다.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이 정도 양이면 단순히 배관 안에 남은 액체가 쏟아진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1월 13일 당시 공사는 PHOTO 6호기를 새로운 장비(탱크)로 교체하고 배관을 다시 끼우는 작업의 일환이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기존 배관을 빼거나 새로운 배관을 끼는 과정 중이었던 건데, 기존 배관 속에 남아있던 액체 상태의 TMAH가 500L나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TMAH가 흐르는 배관의 수도꼭지 격인 밸브가 미처 잠겨있지 않았거나 모종의 이유로 덜 잠겨져 있었다는 추측이 나옵니다. 당시 사고 현장엔 총 6개의 배관이 있던 걸로 알려졌는데 LG디스플레이 측은 SBS 취재진에 사고 배관은 당일 작업 배관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LG디스플레이 답변 (2월 8일)
- 사고 배관은 당일 작업 대상 배관이 아닙니다. 사고 배관 부위는 TMAH가 공급원으로부터 장비로 공급되는 배관인데, 사고 당일의 일일 작업허가서에 따르면, 사고 배관 부위는 사고 당일 관련 탱크의 작업 허가를 받은 업체인 A가 작업 가능한 범위가 아니었습니다.
즉 의식불명인 최 씨와 이 씨가 소속된 협력업체는 이날 '탱크' 관련 담당일 뿐 배관 작업은 다른 협력업체 B의 담당이라는 설명입니다.(이와 관련해 B업체 측 주장은 다음 단락에서 다루겠습니다.)
그렇다면 최 씨와 이 씨가 작업 대상도 아닌 배관의 밸브(혹은 배관 그 자체)를 건드렸다가 누출 사고가 난 것이냐는 질문엔 회사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LG디스플레이 작업장에서 일어난 누출 사고에 대해 원청인 LG 디스플레이의 책임이 아예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탱크(A업체)와 밸브(B업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가 각각 다를지라도 말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1월 13일 자 LG디스플레이가 A업체 측에 내준 일일 허가서를 보면 작업명은 '배관실 배관 구성 작업'이었고,
작업 위치도 사고 장소인 MR 5층(CR 3층의 상부)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당일 오전 10시에 진행된 일일 점검표를 보면 화학물질 Leak(누출)의 방지조치 여부에 대해 '양호' 칸에 ○를 기재한 것도 보입니다.
단순히 작업 대상이 아닌 배관을 건드렸다고 하더라도 사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허가된 작업 장소에서 일을 하다 화를 당한 겁니다. 또 LG디스플레이가 화학물질 누출에 대비한 사전 점검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공사가 1월 5일부터 작업이 진행됐다면 밸브가 잘 잠겼는지에 대한 안전 조치는 지속적으로 이뤄졌어야 하는 게 맞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매일 LG디스플레이가 발행하는 일일 작업허가서에 '양호' 표시를 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취재진이 확인하기에도 LG 디스플레이는 지난주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원실에 "배관 자체가 열려있던 것은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 밸브가 왜 열려있던 건지 자신들이 잠그지 않았던 건지는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집니다.
● 사고 배관은 A업체의 공사 대상 아니었나?
이번 사고가 추후 법적 다툼으로 갈 때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사안으로 보입니다. 총 4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겁니다.
1) 화학물질이 누출된 배관이 실제로 A업체의 공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작업을 했고 밸브가 잠겨 있지 않았다.
2) 화학물질이 누출된 배관이 실제로 A업체의 공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작업을 했고 잠긴 밸브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임의로 풀었다.
3) 화학물질이 누출된 배관이 실제로 A업체의 공사 대상이 맞는데 밸브가 잠겨 있지 않았다.
4) 화학물질이 누출된 배관이 실제로 A업체의 공사 대상이 맞는데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잠긴 밸브를 임의로 풀었다.
취재진은 취재 과정에서 사고와 관련된 협력업체 9곳을 접촉했습니다. 이들은 LG디스플레이의 협력사이기 때문에 접촉의 모든 과정에서 취재진에 말하기를 상당히 조심스러워했습니다. (적어도 협력업체들은 수사기관 조사엔 협조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사고 배관은 A업체의 공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LG디스플레이 측의 설명이 도통 이해가 가지는 않았습니다. 추가 설명을 요청했지만 '조사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특히 사고 배관은 B업체 담당이라는 해명 때문에 B업체에 대한 취재가 꼭 필요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B업체가 처한 상황 설명을 여러 갈래의 취재원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요지는 B업체가 PHOTO 6호기 관련 공사를 위해 최초 계약했을 땐 신규 배관을 넣는 작업만 계약했을 뿐 기존 배관을 제거하는 일까지 계약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LG디스플레이가 공사 초기 시점에(1월 5일쯤) 기존 배관 제거를 부탁했고 B업체는 계약서상 없는 내용이기에 다시 한번 관련 내용을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A업체(A업체가 다시 도급을 준 업체들이 다친 최 씨와 이 씨 등이 속한 업체들입니다)가 다시 한번 B업체와 관련 내용을 논의했고 공사 작업에 대한 재논의 과정 중에도 작업이 진행됐는데 사고가 났다는 겁니다.
이번 사고는 어쩌면 현장에서 충분한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사고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우리가 LG디스플레이에서 요구받지 않은 작업(공사 대상 아닌 배관을 건드리는 일)을 할 리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설령 A업체 측의 공사 대상에 사고가 난 배관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시 현장에는 LG디스플레이 본사 측 안전관리자 및 현장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협력업체 직원이 공사 대상이 아닌 배관을 건드리면' 그리고 '그 배관에 위험 화학물질이 흐르는 걸 알고 있었다면' 그 즉시 작업을 중단시켰어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이 취재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 [취재파일②] 화학물질 누출 25분 뒤 신고, 골든타임은 지켰나?
▶ [취재파일③] 19년째 그대로인 화학물질 기준…고시만 빨리 했더라면